여야 다 별 이견 없을 4년 중임제 개헌
직접평가 없는 5년 단임이 독선 근원
사면초가 돌파하려면 임기 건 큰 승부를
윤석열 정부는 분명하게 예측 가능해졌다. 김건희 여사 수사팀 해체와 채 상병 특검법 거부로 총선 민심을 여지없이 내쳐버리면서다. 이들 덫에 갇혀 국정성과조차 태반이 묻히고 희화화할 것이다. 야당이야 그렇다 쳐도 여권 정치인들도 민심을 들어 빈번히 엇설 것이다. 유능함이 그나마 보수의 우위 덕목일진대 해외직구나 고령운전자면허 파문 등에서 보듯 실력도 어설프다. 이제 뭘로 남은 3년을 끌고 갈 것이며, 그동안 나라는 얼마나 뒤처질지 걱정이다.
윤 대통령에겐 더 이상의 고언이 부질없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남았다. 4년 중임제 개헌이다. 공교롭게 최근 조국 대표가 꺼내 들었지만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이었고 앞서 노무현 대통령도 절실해했던 사안이다. 현 여당 진영도 때마다 시기 등을 들어 유불리를 따졌을 뿐 원론엔 반대하지 않았다. 지도자 직접선출과 단일 리더십을 유독 선호하는 국민정서상 내각제나 분권형 이원집정제보다는 논란이 적고 현실적인 방안이다.
우리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까지 2000년대 집권한 4명 전원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돌려보냈다. 잊었겠지만 원인은 하나같이 독선과 불통이었다. 노 대통령의 초기 레임덕 원인부터 그것이었다. 더욱이 매 정권 그 정도가 심해져 현재에 이르러선 정점에 달한 형국이다. 모두 집권 전엔 소통과 통합을 부르짖었다. 동일한 실패가 반복되면 제도를 살피는 게 맞다.
'87년 체제'의 핵심인 5년 단임제는 장기집권과 독재를 차단하고, 국가운영철학이 다른 정치세력 간 단기교체를 통해 한국정치를 실질적 민주화 단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시대가 한참 바뀌면서 당시의 명분은 의미를 잃었다. 오히려 5년의 독선이 독재에 더 가깝다. 오래전에 5년 단임제의 시효만료를 검토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5년 단임제의 단연 큰 폐해는 말할 것도 없이 집권 내내 국민의 직접평가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무책임성이다. 한 번의 짧은 임기에서 제 스타일 고집이나 진영이익 실현을 위한 일방질주와 정책적 조급함은 필연이다. MB의 4대강 졸속추진이나 진보정권의 실효성 낮은 남북정상회담 집착도 그런 것들이다. 재집권 평가를 염두에 둔 신중한 정책 다지기는 현 제도에서 가능하지 않다.
완벽하진 않아도 정권의 폭주를 막자면 그나마 재임기간을 줄이고 직접평가 기회를 갖게 하는 4년 중임제만 한 방안이 없다. 어느 제도에서든 불가피한 말년 레임덕도 4년 중임제에선 그나마 기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단한 능력의 제왕적 대통령보다는 그냥 상식 수준의 합리적 국가관리자로서의 대통령이 더 적합해진 시대다.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집중 문제는 개헌안에 부수적으로 보완하면 될 일이다.
과거로의 회귀란 지적도 있겠으나 우린 사실상 현직 대통령을 직접 평가해본 경험이 없다.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 민의의 평가가 자유롭지 않았음을 상기한다면 대통령 4년 중임은 돌아가는 게 아니라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다. 더욱이 집권세력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라면 굳이 현상변경을 도모할 이유가 없겠으나 현재 형편은 다르다.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결심할 당시 “정권교체하러 나왔지, 대통령 하러 나온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 목표는 훌륭하게 이뤘다. 이제 역사에 기록될 만한 업적을 만드는 일만 남았다. 정치공학적 산법으로도 정국전환의 유일한 카드는 개헌의 주도권을 갖는 것뿐이다. 윤 대통령은 같은 대화에서 “그런 자리(대통령직) 자체가 귀찮다”고도 했다. 임기에 연연치 않겠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그렇다면 안팎의 조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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