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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北 비핵화 넣자" 中 "한반도 비핵화로 충분"…3국 옥신각신

입력
2024.05.24 04:30
수정
2024.05.26 11:4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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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 26~27일 정상회의
경제가 주요 의제…안보는 언급만
'북한 비핵화' 문구 대신 '한반도 비핵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맨 왼쪽), 리창 중국 총리(맨 오른쪽), 조코 위도도(오른쪽 두 번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맨 왼쪽), 리창 중국 총리(맨 오른쪽), 조코 위도도(오른쪽 두 번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실은 26일부터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 의제로 경제와 문화 분야 3국 협력을 첫손에 꼽고 있다. 그간 한중일 정상회의는 북한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시급히 풀어야 할 동북아 안보 등 민감한 현안에서 입장을 좁히지 못해 경제와 인적 교류, 기후 대응 협력 등을 논의의 방점으로 찍어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안보와 관련해 합의보다 이견이 부각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서로 밀착 중인 한미일과 북중러 진영 간 이해가 이번 정상 만남에서 한층 더 도드라질 수도 있고, '같은 편'으로 보이는 한일 간에도 라인야후 사태와 같은 '다른 목소리'를 낼 이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북한의 비핵화' 표현 반대…납북자 문제는 일본만

특히 '북한 비핵화' 문제는 '한일' 대 '중국'의 구도가 명확한 이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게 한국과 일본의 동일한 의견인 반면, 중국은 대척점에서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공동선언문에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며 "3국 협력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을 유지한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수준의 문구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만해협도 이견이 크다. 예민한 중국 측 입장에 따라, 회의 종료 후 나올 공동선언문에서도 대만해협과 관련한 내용은 통째로 빠질 공산이 크다. 이 소식통은 "3국 협력과 관계개선이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취재를 담은 문구 정도가 반영될 것"이라며 "(대만해협 관련) 안보 현안은 의제로 다루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반면 5년 전 공동선언문에 반영된 '일본인 납치 문제' 관련 문장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중국이 우리 정부가 현안으로 다루는 탈북민 억류 문제와는 달리, 일본인 납치 관련 문구 삭제 등에는 별다른 주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무역 개혁'·'전자시장 교란'·'비차별적 무역질서' 둘러싼 3국의 동상이몽

자유무역기구(WTO) 개혁을 두고도 3국은 온도 차가 크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겨냥, 중국은 WTO 개혁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중국에 '테무 사태' 등 전자상거래 시장 교란 문제에 대한 협력의 필요성을 내세우는 중이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 비차별적인 통상 환경 조성을 강조하고 있는 중이다.

정부 소식통은 "기본적으로 개방적이고 차별 없는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에 3국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전자상거래 시장 교란 문제나 공급망 질서 등을 두고는 의견이 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공식 의제로 다뤄지지는 않겠지만, 라인야후 사태는 한일 간 민감한 이슈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이번 사태가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판 'IMF' 실효성 제고엔 의견일치…저출산 해결 위한 청년 교류 플랫폼 신설도

상호 투자와 금융 협력도 이번 회의에서 주요안건이다. 한중일 3국은 특히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원구조 및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포함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이다. 우리 정부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CMIM은 한중일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금융협력 회의체로, 아시아판 '국제금융기구(IMF)' 역할을 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동선언문에는 3국의 투자 확대 및 공급망 협력 방안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상호 투자 확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이 문구에 담길 예정"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한중일 공동 현안으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 교류 플랫폼, 3국 민간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비즈니스 세미나 활성화 방안 등에 3국 정상이 뜻을 모을 전망이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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