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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동남아'였어요”... 경력 여성 재취업을 위한 톱5 가이드

입력
2024.05.27 04:30
25면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경제·재취업 : <5> 재취업을 위한 5계명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경력 여성, 활발한 재취업 움직임
‘나만 모르는 정책’ 놓치지 않기
취업 후 새 환경에 잘 견디기도 중요

Q: 45세 여성입니다. 대학 졸업 전 전산ㆍ세무ㆍ회계 자격증을 취득, 일반 사무직으로 2년여 일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퇴사했습니다. ‘경력 단절’이 마음에 걸렸지만, 아이 둘만 어느 정도 키우면 금세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그러던 게 벌써 12년이 지났네요.

재택으로도 할 수 있다는 ‘전자상거래’도 도전했고, 창업 비용이 적다는 동네 카페도 운영해봤지만, 모두 1년도 안 돼 접었습니다. 다시 취업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이들 진학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많습니다.

A: 최근 소상공인진흥공단 희망리턴패키지 재취업 교육에 참여했던 중년 여성의 사례다. 예전엔 ‘경력 단절 여성’(경단녀)이라 했지만, 요즘은 ‘경력 보유 여성’이라고 지칭한다. '단절'보다 어감도 좋고, 좀 더 정확한 표현이기도 하다.

최근 육아와 결혼 등으로 일을 쉬었던 여성들이 다시 적극적으로 고용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여성 고용보험 가입자는 658만 명으로 2021년(639만2,000명) 대비 무려 18만8,000명이나 증가했다. 고용보험 여성 가입자 비율도 2012년 30.2%(436만8,000명)이던 것이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엔 44.2%까지 상승했다. 앞으로도 이 수치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일하고 싶은 경력 보유 여성들이 재취업에 도전하려면 어떤 점을 특별히 살펴야 할까?

먼저, 나의 양가감정(兩價感情)을 들여다보자. 양가감정이란, 스위스 정신의학자 오이겐 블로일러(E. Bleuler)가 소개한 개념으로, 논리적으로 어긋나는 표상의 결합에서 오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함께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막상 재취업을 준비한다지만, 일하고 싶기도 하고 집에 더 있고 싶기도 하다. 또 나 자신의 이상 실현도 원하지만, 자녀 양육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마음에 더 집중할 것인가는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정답이 없다. 다만, 바로 앞만 보고 결정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자신이 더 원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길 권한다.

둘째,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살피자. 요리, 인테리어, 정리 정돈, 재무관리, 자녀 학습지도, 건강돌봄활동 등 경력 보유 여성이 그동안 쌓은 경험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예를 들어 가계부 기록, 재무 관리 등에 소질이 있다면 보험 총무 사무원, 세무 사무원으로, 요리에 재능이 있다면 조리사, 단체 급식원, 요식업 종사자로 도전해 봄 직하다, 대인관계 친화력, 돌봄에 강점이 있다면 단연 보건, 사회복지 서비스직으로의 입직을 권한다.

셋째,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중소벤처부 등 중앙정부 기관뿐 아니라 지자체 일자리 정책도 계속해 쏟아져 나온다. 특히 경력 이음(여성가족부), 우먼 업(서울시), 취업 디딤돌(경기도) 등 경력 보유 여성을 위한 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은근히 많다.

위 사연 속 여성의 경우,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중소벤처부 소상공인진흥공단)을 시작으로 국민취업지원제도, 취업 디딤돌 그리고 사업정리지원(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까지 전문가 도움을 두루 받았다. 또 이 과정에서 취업 준비에 필요한 직업훈련은 물론, 구직활동 수당, 재기 지원금 등 눈에 보이는 혜택도 꼼꼼히 챙겼다.

‘나만 모르는 정책’을 놓치지 않으려면 전문 기관의 도움은 필수다. 게다가 대부분 무료 상담 지원이라, 비용 걱정도 없다.

넷째, 자원봉사 및 실무 경험에 참여해 보자. 지원 정책 중 가장 큰 비중은 역시 직업훈련이다. 교육받고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경험 없는 신입’으로 취업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자원봉사 또는 정부 지원 일자리 혹은 자원봉사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면 가능성은 올라간다. 채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당신이 채용자라면, 비슷한 조건을 가진 지원자 중 ‘경력자’와 ‘무경력자’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마지막으로, 조직 적응력 키우기다. 경력 보유 여성의 경우, 취업 후 3개월 이내 퇴사율이 의외로 높다. 이유는 뭘까? 오랜 기간(평균 12년) 조직에서 떠나 있었기에, 가뜩이나 업무도 서툰데 팀원들과의 협력도 쉽지는 않다.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회사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얼마나 많은가? 업무 자신감이 낮아지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1개월, 3개월 또 6개월 등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견뎌보자. 또 근무 외 시간에 업무를 더 배울 기회를 가져보자. 이때 회사 안팎에서 나를 도와줄 멘토를 찾는다면 큰 도움이 된다. 또 온오프라인으로 멘토링 지원 사업도 있다.

“나만 동남아(동네에 남아 있는 아줌마)였어요” “재취업하기 너무 늦은 건 아닌가요?” 필자가 현장에서 경력 보유 여성과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걱정이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바람은 누구보다 내 이름을 되찾고 싶고, 일하고 싶으며, 당당한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일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사실, 여성에게 자녀 양육보다 더 힘든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는가! 그 힘든 일도 해냈는데 뭐가 두려우랴? 도와줄 전문가도, 지원 기관과 정책이 의외로 많다.


김소영 ㈜지오코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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