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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 사람도 날아다녔다" 난기류에 항공기 1.9㎞ 급강하 아찔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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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난기류로 사망자까지 발생한 영국발 싱가포르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상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체가 크게 흔들리며 짧은 시간 동안 2㎞ 가까이 급강하했고, 물건은 물론 사람까지도 날아다니다 떨어질 정도의 상황에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증언도 이어진다. 기후 위기로 점점 뚜렷해지는 지구온난화가 난기류 발생 빈도와 위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영국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항공 SQ321편이 미얀마 상공에서 심한 난기류를 만나 태국 방콕에 비상착륙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 남성 제프리 키친(73)이 심정지로 숨지고 최소 71명이 부상했다. 7명은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여객기엔 당시 승객 211명과 승무원 18명이 탑승 중이었다. 한국인 탑승자도 1명 있었지만 부상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병원으로 실려간 탑승객들이 내부 상황을 전하고, 태국과 싱가포르 항공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고 당시 상황도 뚜렷해지고 있다. 당시 여객기는 벵골만을 지나 미얀마 인근 안다만해 상공에 들어서면서 심한 난기류를 만났다. 난기류는 공기 흐름이 예측할 수 없이 불규칙한 형태를 띠는 것을 의미한다.
이륙 후 11시간 동안 고도 1만1,300m에서 순항해 온 여객기는 난기류를 만난 뒤 5분간 9,400m까지 급강하했다. 말레이시아 승객 자프란 아즈미르(28)는 로이터통신에 “갑자기 비행기가 떨어지면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사람들이 천장으로 튀어 올랐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탑승자들이 머리에 큰 상처가 나 뇌진탕을 입었고, 휴대폰과 신발도 날아다녔다”고 회상했다. 영국인 앤드루 데이비스는 BBC방송에 “끔찍한 비명이 들린 뒤 공중에 물건이 날아다녔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비행기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심하게 흔들린 순간 통로에 서서 탑승객에게 안전벨트 착용을 권하던 승무원과 앉아있던 일부 승객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이후 좌석 위 짐칸 문이 열리며 수하물이 우수수 떨어졌다.
기내 천장에는 비상용 산소마스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바닥에 음식과 수하물 등이 나뒹구는 모습도 공개됐다. 처참하게 뜯긴 기체 벽과 천장에 묻은 혈액 흔적도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구체적인 경위가 알려지면서 사고 원인이 된 난기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최근 발생하는 항공 사고 중 난기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미국에서만 약 6만5,000대의 항공기가 난기류를 경험하고 있고, 이 가운데 5,500여 대는 ‘심각한’ 수준의 난기류와 맞닥뜨렸다.
블룸버그통신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난기류로 162개 항공편에서 185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난기류로 인한 부상과 지연으로 미국 항공사가 연간 지불하는 비용이 5억 달러(약 6,8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도 나왔다.
기후변화로 난기류가 점점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제기됐다. 2013년부터 기후와 난기류 발생 빈도를 연구해온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 교수는 2022년 CNN방송에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심각한 난기류가 향후 수십 년간 두 배, 혹은 세 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레딩대 연구진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 증가하면 가벼운 수준의 난류가 약 59%, 심각한 난류가 127%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내왔다. 윌리엄스 교수는 “1979년부터 2020년 사이 극심한 난기류 발생 건수가 55% 증가했다”며 “일반적으로 대서양을 비행할 때는 10분 정도 난기류를 만날 수 있지만, 수십 년 안에는 시간이 20분 혹은 30분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좌석 착석 시 안전벨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CNN은 난기류로 인한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좌석에 앉아있을 때 항상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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