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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산행... 천왕봉 일출은 언제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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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 자연을 오감으로 만끽하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채워 줄 지리산 종주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여행이다. 지리산 종주는 매년 5월 1일부터 11월 14일까지, 12월 15일부터 이듬해 2월 14일까지만 가능하다.
지리산 종주 코스는 보통 출발(화엄사·성삼재)과 도착 지점(백무동·중산리·대원사)의 머리글자를 따서 부른다. 성백·성중·성대·화백·화중·화대 종주, 여섯 코스가 대표적이다. 모두 노고단고개에서 천왕봉까지 25.5㎞ 능선이 포함되고, 노고단 정상과 반야봉, 화엄사, 법계사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서울에서 버스로 이동한다면 갈 때는 동서울터미널~성삼재 또는 백무동 노선, 돌아올 때는 중산리~서울남부터미널(토·일 운행) 노선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예매가 필수다. 지리산 종주는 하루만에 불가능해 대피소(산장) 예약도 필수다.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에서 1박 2일 일정이면 세석, 2박 3일이면 연하천·장터목, 3박 4일이면 노고단·연하천·장터목대피소를 예약해야 한다. 여정에 포함되는 노고단 탐방도 예약할 수 있다.
종주 전날 구례 산동면 노고단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 산행에 필요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등산전문가이자 여행작가인 정영혁씨가 운영하는 숙소다. 큰맘 먹고 나서는 길이니 준비할 게 많다. 등산화·등산스틱·무릎보호대·헤드랜턴·물통·구급용품·보조배터리는 최소한 기본이다. 땀을 닦을 샤워물티슈와 갈아입을 옷, 기온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재킷과 경량 패딩, 판초 우의도 챙겨야 한다. 음식은 이것저것 많이 싸기보다 발열도시락을 준비하면 배낭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이번에 선택한 화중 종주 화엄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 차례로 화엄사~노고단대피소(1박)~노고단 일출~반야봉~삼도봉~연하천대피소(2박)~벽소령대피소~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3박)~천왕봉~법계사~중산리탐방지원센터를 거쳐 중산마을까지 이동하는 총 43.2㎞ 코스다.
첫 날 숙박은 노고단대피소를 예약했다. 구례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 또는 광주나 부산서부행 시외버스를 타고 화엄탐방안내소에 내린다. 1.6㎞ 덱을 따라가면 지리산의 거찰 화엄사다. 국보로 지정된 각황전은 대한민국 최대 목조건물로 알려져 있다.
화엄사 화중 종주 출발점(240m)에서 노고단대피소(1,350m)까지는 6.4㎞. 힘든 오르막길이므로 적절하게 체력을 안배하며 걸어야 한다. 국수등까지는 무난하지만 중재, 집선대로 갈수록 경사가 심해진다. 바닥에 코가 닿을 만큼 힘든 코재에서 쉬었다가 무넹기를 지나면 마침내 노고단대피소다. 지리산 대피소 중 유일하게 1인식 캡슐호텔이라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여유롭게 일출 40분 전 대피소를 나섰다. 성삼재탐방지원센터에서 스마트폰(키오스크도 가능)로 발급받은 탐방권 QR코드를 인식한 후 노고단 정상(1,507m)에 올랐다. 5월인데도 강한 바람에 입김이 날 정도로 춥다. 반야봉·삼도봉·중봉·천왕봉 주변으로 운해가 깔렸다. 붉은 기운을 머금은 해가 솟아나니 금세 온기가 번진다.
노고단고개에서 방향을 바꾸어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종주 능선으로 들어선다. 임걸령 샘물로 목을 축이고 노루목에서 반야봉으로 향한다. 반야봉삼거리에 배낭을 놓고 가뿐한 몸으로 정상까지 갔다가 종주 능선으로 되돌아온다.
반야봉(1,732m)에서 성삼재와 노고단을 바라보고 전남·전북·경남 3개도의 경계점 삼도봉(1,550m)에서 휴식한다. 이후 화개재(1,316m)로 내려갔다가 토끼봉(1,534m)까지 급경사를 오른다. 첫날에 이어 다시 한 번 종주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숲 속의 아름다운 돌집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한다.
전날보다 한두 시간 더 꿀잠을 잤더니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오늘도 오르락내리락 산행은 여전하다. 대피소를 출발해 SNS 포토존 형제봉을 통과하면 벽소령대피소, 덕평봉을 넘으면 선비샘이다. 물을 마시려면 허리를 구부려야 해 선비의 무덤에 절을 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기막힌 물맛에 열 번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망이 빼어난 칠선봉전망대와 영신봉을 지나 세석대피소에서 휴식한 뒤, 세석평전을 올라 촛대봉(1,703m)에서 경치를 감상한다. 연하선경에 거짓말처럼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하늘 아래 첫 집 장터목대피소(1,670m)에 도착한다.
마지막 날은 지리산 종주의 하이라이트 천왕봉 일출을 만난다. 일출 두 시간 전에 일어나 짐을 챙긴 뒤, 헤드랜턴을 켜고 등산을 시작한다. 첫날 화엄사에서 ‘천왕봉 32.5㎞’ 이정표가 까마득해 보였는데, 1.7㎞ 남았다니 없던 힘도 생긴다.
제석봉, 통천문을 지나 남한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리산 천왕봉(1,915m)에 올랐다. 강력한 바람과 맹추위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그래도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되다’라는 표석 문구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간의 고생에 보답하듯 운해 위로 말갛게 해가 솟아오른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지만 천왕봉 일출은 언제 봐도 벅찬 감동이다.
이제 안전하게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중산리까지 구간은 대부분 급경사 돌길이므로 등산스틱을 사용해서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사찰 법계사(1,450m)에서 휴식하고 중산리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중산마을에 도착했다. 진주·부산행 시외버스로 신안면 원지버스정류소까지 이동해 서울남부터미널행 버스로 환승하며 지리산 종주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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