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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원에 지인능욕 가능"... '아는 사람' 노린 딥페이크 음란물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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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04 겹지인 갠메(겹치는 지인 개인 메시지)."
"□□대 △△과 겹지인 갠텔(개인 텔레그램)."
서울대 출신 남성들이 동문 여학생들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해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대중은 최고 지성이 모인 서울대에서 발생한 충격적 사건에 분노하지만,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아는 사람'을 상대로 한 딥페이크(deep fake) 성범죄가 활개 친 지 오래다. 이번처럼 공범을 모집해 공통 지인을 범죄 먹잇감 삼으려는 시도도 적지 않다. 은밀한 범행 패턴 탓에 적발도 쉽지 않고, 이미 퍼져버린 음란물을 없애기는 더 어려워 우려된다. 현재로선 수사당국이 딥페이크 탐지 기술을 고도화해 피해 확산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이번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서울대 출신 주범 박모(40)씨와 강모(31)씨는 철저히 텔레그램으로만 소통하며 동문 12명 등 여성 61명을 상대로 불법 영상물을 만들어 퍼뜨렸다. 이들은 서로를 '한 몸'으로 지칭하며 돈독한 관계를 맺는 등 범죄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사건 여파가 컸을 뿐, 사실 지인을 타깃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2일 텔레그램, 트위터 등에 '지인능욕' 키워드를 넣고 검색하자 수십 개의 관련 대화방이 떴다. 적게는 5명에서 최대 300명이 참여하는 방까지 규모도 다양했다. 참가자들은 지근거리에서 몰래 찍은 지인 사진과 인적사항 등을 공개하며 "우리 ○○ 모욕해달라", "○○이와 관련된 음란 영상물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서울대 n번방 주범들과 유사하게 공범을 끌어들이려는 사람도 꽤 있었다. 이들은 "xx년생 겹지인 찾아요" 등의 제목 아래 거주지, 나이 등을 나열하고 공범 희망자가 나타나면 공통 지인을 파악해 함께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알고 있는 여성이 성적으로 훼손될 때 우월감을 느끼고, 성적 쾌감으로 연결되는 심리를 노린 범죄"라고 분석했다.
2019년 n번방 사태 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는데도 지인능욕이 성행하는 건 딥페이크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무관치 않다. 진짜 영상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기술이 진화하면서 범행 난도도 한층 낮아졌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수의 전유물이던 딥페이크 기술이 인공지능(AI)이 대중화한 이후 널리 퍼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위터에선 의뢰비 2만~3만 원만 내면 딥페이크 영상, 사진 등을 제작해주는 계정이 즐비하다. 아예 무료로 딥페이크 사진을 만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앱)도 등장했다.
자연스레 범죄 건수도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범죄는 2021년 156건(검거 74건)에서 2022년 160건(75건), 지난해 180건(93건) 순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삭제 요청도 덩달아 폭증해 2020년 473건에 불과했던 시정 요구는 2021년 1,913건 2022년 3,574건, 지난해 7,187건으로 3년 새 무려 15배 넘게 뛰었다. 올해도 4월까지 벌써 4,722건에 이른다.
문제는 사후 대처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불법 영상은 텔레그램 등 해외서버에 기반한 사이트에 유포되지만, 국내 기관들은 삭제 요청 권한이 없다. 관련자 처벌도 어렵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반포 등을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음성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한 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개인 소지 목적'의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은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반포 목적을 입증하는 과정 역시 까다롭다.
경찰은 일단 올해 도입된 '딥페이크 탐지 소프트웨어'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인 데이터 100만 점 등을 학습시킨 결과물로, 통상 5∼10분 안에 딥페이크 여부를 판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딥페이크 영상인지 아닌지를 신속히 판단하면 수사 방향을 빨리 잡게 돼 검거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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