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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초청은 당초 문체부 장관이었다"...'김정숙 타지마할' 논란 쟁점 살펴보니

입력
2024.05.21 04:30
수정
2024.05.21 15: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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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7일(현지시간) 당시 영부인 자격으로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7일(현지시간) 당시 영부인 자격으로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2018년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에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당장 여당에서 "'관광'을 '외교'로 둔갑시켰다"며 김 여사 특검 주장이 등장할 만큼 논란의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보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둘러싼 공격과 방어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꼼꼼히 따져봤다.

①인도는 영부인이 아니라 문체부 장관을 초청했다?...대체로 사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허황후 기념공원을 개장할 때 인도 정부로부터 초청이 왔는데, 나로서는 인도를 또 가기 어려웠다"며 "고사를 했더니 인도 측에서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하더라"고 밝혔다. 인도 측 초청에 '김 여사가 인도로 가게 됐다'는 뜻이다. 물론 여당의 얘기는 다르다. "초청한 인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는 주장이다. 초청받지도 않은 김 여사가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인도를 갔다는, 사실상 '셀프 초청'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20일 당시 상황에 정통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2018년 당시 인도가 우리 외교부에 공식 초청한 인사는 도종환 당시 문체부 장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단은 여당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는 인도 측이 '대통령이 안 되면 최고위급 사절단을 보내달라'는 전제를 달았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에 대사관에서는 일정이 안 되는 국무총리 대신 문체부 장관을 추천했고, 인도 측은 이에 장관을 초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도 장관 역시 국감 일정 때문에 참석이 힘든 상황이었다. 행사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하던 정부는 김 여사가 방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인도 측에서 최고위급 인사를 계속 요청했고, 김 여사가 사절단으로 방문하겠다고 하자 반색하며 '국빈 대우를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인도가 장관 참석을 요청한 것도, 정부가 김 여사를 셀프 초청한 것도 맞다는 얘기다.

②'타지마할' 방문은 공식 일정에 없었다?...사실

김 여사는 인도 방문 일정을 마치는 날 '타지마할'을 방문했다. 여당은 이를 급조한 관광 일정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일정표에 없던 타지마할에 가서 '단독외교'를 했다면, 외교부 보고서에 남겼을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당시 출장 보고서에는 타지마할 방문 내용은 없었다.

김 여사의 타지마할 일정은 순방 참가자들에게 배포한 현지 일정표에 처음 등장했다. 전직 외교부 관계자는 "타지마할 방문은 인도 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마지막에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인도는 주요 국빈이 방문하면 타지마할을 보여주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비비 신청 등 사전에 작성된 공식 일정에 타지마할은 없었지만, 인도 측 요청에 따라 최종적으로 추가됐다는 얘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를 방문하기 위해 2018년 11월 4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공군2호기에 올라 손을 흔들며 출국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를 방문하기 위해 2018년 11월 4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공군2호기에 올라 손을 흔들며 출국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③김 여사만 탄 대통령 전용기, '대통령 휘장' 안 된다?...사실

배 의원은 "대통령이 탑승하지 않으면 달 수 없는 대통령 휘장을 버젓이 걸고 대통령인 듯 인도를 다녀왔다"는 점도 꼬집었다. 대통령 휘장 사용처를 명시한 대통령 공고 제7호 '대통령 표장에 관한 건'에 따르면 사용처는 "대통령 관인 집무실, 대통령이 임석하는 장소, 대통령이 탑승하는 항공기·자동차·기차·함선 등"으로 명시돼 있다. 원칙적으로 대통령이 탑승하지 않은 전용기에는 휘장을 달 수 없다는 것이다. 2018년에도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때 대통령 전용기를 탔지만, 휘장은 가렸다.

미국 역시 영부인이 단독으로 해외 순방에 나설 경우 대통령 휘장은 사용하지 않는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말리를 단독 방문했을 때 대통령 휘장이 아닌 미 공군성의 휘장을 달았다. 청와대는 당시 "대통령을 대신한다는, 대표단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이는 분명 규정 위반이다.

④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는 김 여사 아닌 이희호 여사?...대체로 사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 이희호 여사가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였다고 주장했다. 이 여사는 2002년 5월 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동특별총회 본회의에서 정부 대표단 수석대표 자격으로 기조연설을 했는데,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동행하지 않았다.

문제는 어디까지를 '외교활동'으로 볼 것이냐는 점이다. 이 여사가 국제기구 회의에 초청받아 연설을 한 것이라면, 이를 외교활동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황상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유엔에 가서 연설까지 한 것을 외교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결국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는 문 전 대통령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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