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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의 한국 외교, '한중일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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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 외교력이 시험받는 자리다. 한중 관계 해빙의 속단은 이르다. 한중 관계는 미중 관계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 국제 정치 현실 속에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3국 협력의 근간이다. 하지만 이를 지탱하는 양자들 사이의 역사 갈등과 영토 분쟁으로 지속된 긴장이 기저에서 작동하며 3국 협력의 잠재력을 저해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미중 경쟁의 심화는 3자 관계에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중일 3국 간의 협력 공간을 더욱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편, 중국은 한국 정부가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국면 전환을 위해 한중일 정상회의를 활용하려고 한다고 본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러한 중국의 인식은 한국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중국 내부에서는 한국이 미국 진영에 합류하여 중국에 대항한 후 상황이 더 나빠지게 되자, 한중 경제·무역 관계를 개선하여 자국의 경제 이익을 도모하려 한다고 본다. 양국 관계에서 아쉬운 쪽은 한국이라는 인식이다. 의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중국은 상대국 방문단에 '혼밥 먹이기'나 '하석에 앉히기' 등 21세기 문명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를 여전히 하고 있다. 작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예정되어 있던 만찬을 '바쁘다'는 이유로 보이콧하기도 했다.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한 것이 3자 관계에서 한국이 중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 레버리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점도 숙고가 필요하다. 현재 중국과 일본 간의 관계가 양호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국에 철석같이 붙어 있는 듯하면서도 중국을 섬세하게 관리하는 방법은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중국을 상대할 때는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작년 4월 시진핑 주석이 광저우 LG디스플레이 공장을 전격 방문했을 때, 분석가들은 미국의 첨단기술 봉쇄로 수세에 몰린 중국이 한국 기업들을 통해 한국 정부를 움직이려는 신호로 해석했다. 일주일 후 한국 대통령은 외신 인터뷰에서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를 언급했다. 한중 관계는 격랑에 휘말렸다.
중국 내에서는 시 주석의 LG디스플레이 방문을 제안한 인사들이 내부적으로 문책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한국 측이 놓친 점은 시진핑 주석이 집권 10년이 넘는 기간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을 방문한 것이 딱 그때 한 번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의도를 간파하면서 이를 대한민국의 국익 증진 기회로 만들 영민한 외교로 중국의 사드(THAAD) 무역 보복을 종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는 점이 아쉽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일본과 같이 친미 정책을 펼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일본과 달리 대중국 관리 정책이 불분명하다고 평가한다. 전반적으로 한중 관계는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열리는 것 자체가 성과다." 미국 정부에서 20년간 동아시아 분석을 한 한 인사의 평가다. 한중은 갈등이 깊으니 골도 깊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를 한국은 미중 간 경쟁 속에서 국익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모멘텀 확보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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