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곰팡이와 전쟁 벌이는 사나이' 장근우 더프레쉬모어 대표

입력
2024.05.22 05:00
수정
2024.06.10 09:25
17면
구독

과일과 채소에 붙이면 신선한 상태 오래가는 스티커 개발
친환경 제품으로 사회 공헌하는 것이 꿈

집과 상점 등에서 과일이나 채소의 신선한 보관은 항상 고민이다. 냉장고에 넣어도 일정 기간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상한다. 특히 요즘처럼 과일과 채솟값이 금값으로 치솟으면 더더욱 오래도록 신선하게 아껴 먹을 수 있는 보관 방법이 중요하다.

지난해 신생기업(스타트업) 더프레쉬모어를 창업한 장근우(41) 대표는 과일과 채소의 신선한 보관을 위해 혁신적 방법을 고안했다. 그는 마치 부적처럼 붙이기만 하면 과일과 채소의 수명이 늘어나는 이색 스티커를 개발했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장 대표를 만나 창업 전부터 2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더프레쉬모어 라벨' 스티커의 비결을 들어 봤다.

장근우 더프레쉬모어 대표가 신선도를 오래 유지시켜 주는 스티커를 붙인 망고를 들어 보이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장근우 더프레쉬모어 대표가 신선도를 오래 유지시켜 주는 스티커를 붙인 망고를 들어 보이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과일과 채소의 노화를 늦춘다

장 대표가 만든 더프레쉬모어 라벨 스티커는 기존에 없던 신기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과일이나 채소 표면에 스티커를 붙이면 신선도를 오래 유지시켜 준다. "신선함을 오래 유지하려면 부패를 늦춰 곰팡이 번식을 억제하면 돼요. 한마디로 과일과 채소의 노화를 늦추는 것이죠."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껍질이 있는 과일이나 채소는 표면에 스티커를 붙이고 껍질을 벗긴 과일이나 채소류는 용기에 담아 뚜껑 또는 옆에 붙이면 된다. "스티커를 부착하면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신선한 상태가 2, 3일 가고 냉장 보관하면 1주일 정도 유지됩니다. 용기보다 껍질에 붙이는 것이 더 오래가죠."

스티커가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비결은 부패를 막아주는 천연 항균물질과 보호막을 형성하는 광촉매제가 친환경 점착제에 첨가됐기 때문이다. "혼합된 천연 항균물질이 곰팡이 등 세균 번식을 억제해요. 또 공기청정기에 많이 쓰이는 플라스마 공명현상을 이용한 광촉매제는 미량의 빛을 받으면 이온성 전자들의 파동을 일으켜 스티커를 중심으로 반경 5㎝ 크기의 세균 침투를 막는 항균 보호막을 형성해요."

장 대표는 천연 항균물질이 중요한 비밀이어서 공개하지 않았다. "스티커에 4가지 천연 항균물질이 들어 있어요. 4가지 물질의 배합비가 중요해요. 4가지 물질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도 거꾸로 과일이 빨리 썩어요. 적정 비율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죠."

그는 2년 동안 각종 논문을 찾아보고 연구하며 항균 성분을 지닌 4가지 천연물질의 적정 배합 비율을 찾아냈다. 이와 관련해 그는 2건의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적정 비율을 찾아내는 데 오래 걸렸어요. 배합 비율은 독자 개발했고 이를 첨가제로 만들어 스티커를 생산하는 작업은 외부 중소기업의 도움을 받았죠."

생산도 외부 중소업체에 위탁했다. "핵심 원료만 직접 만들어 외주 생산업체에 공급해요. 거기서 점착제와 첨가제를 섞어 스티커를 생산하죠. 생산설비를 갖추려면 수십억 원이 필요해서 당분간 외주 생산을 해야 합니다."


쓰레기 줄여 환경 오염 예방에 기여

과일과 채소가 스티커 때문에 신선한 상태를 좀 더 유지한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장 대표는 물질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 한국SGS에서 효과 인증 검사를 받았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검증업체인 SGS는 각종 실험을 통해 물질의 효과를 확인해 줘요. 14일간 세균번식 실험 결과 대장균과 폐렴구균을 99%, 황색포도구균은 97%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어요."

한국SGS는 더프레쉬모어 라벨의 항곰팡이 성능도 45일간 측정해 효과 확인서를 발급했다. "곰팡이만 묻힌 거즈와 스티커에 포함된 항균 물질을 곰팡이와 함께 묻힌 거즈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실험했어요. 실험결과 스티커의 항균 물질을 묻힌 거즈에서는 곰팡이 확산율이 10% 미만이었고 그렇지 않은 거즈에서는 100% 퍼졌어요."

장 대표는 이 같은 항균 성능이 환경 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고 믿는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그만큼 온실가스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과일과 채소가 상하면 이산화탄소 등 부패가스가 발생해요. 전 세계 인위적 온실가스의 8%가량이 식품 폐기물과 관련 있어요. 따라서 과일과 채소의 유통 과정에서 신선도를 오래 유지해 폐기 농산물을 줄이면 인위적 온실가스 발생을 줄일 수 있죠."

신선도를 오래 유지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도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음식물 폐기량을 20% 줄일 경우 20조 원을 절약할 수 있어요."

장 대표는 개인 소비자는 물론이고 쿠팡, 이마트, 컬리, 오아시스 등 유통기업들을 주요 거래 대상으로 본다. "과일과 채소는 택배 배송 등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럴 때 스티커를 사용하면 제품의 수명을 늘릴 수 있으니 유통업체들의 손실을 줄일 수 있죠."

장근우 더프레쉬모어 대표는 과일과 채소 표면 및 보관용기에 붙이면 세균 번식을 억제해 신선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특수 물질이 첨가된 스티커를 개발했다. 그는 과일과 채소의 부패를 늦춰 환경에도 기여하는 이 제품으로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임은재 인턴기자

장근우 더프레쉬모어 대표는 과일과 채소 표면 및 보관용기에 붙이면 세균 번식을 억제해 신선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특수 물질이 첨가된 스티커를 개발했다. 그는 과일과 채소의 부패를 늦춰 환경에도 기여하는 이 제품으로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임은재 인턴기자


신선도 유지 비닐봉투도 개발 예정

스티커 120장으로 구성된 더프레쉬모어 라벨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카카오메이커스 등 인터넷에서 1만6,000원에 판매한다. 관건은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다. "스티커가 지난 1월 출시돼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몰라요. 사용해 본 사람들은 다시 구매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효과를 믿지 못하죠. 그래서 스티커 부착 전, 후를 비교한 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공개했어요."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동일한 제품을 만드는 경쟁자가 없다. 해외에서는 미국 스타트업 라입랩스가 비슷한 사업을 한다. 지난해 1월 열린 유엔기후회의에서 최고 스타트업상을 받은 라입랩스가 개발한 '스틱스프레시' 스티커도 과일과 채소의 표면에 붙이면 부패를 늦추는 작용을 한다. "라입랩스는 2018년 말레이시아 기업이 개발했으나 상용화하지 못하고 사장된 원천 기술을 이용해 스티커를 만들어 2022년에 내놓았어요. 보호막 형성과 신선도 유지 개념이 비슷해요. 효과는 비슷하지만 원료 물질이 완전히 달라요."

장 대표는 제품을 알리기 위해 TV 홈쇼핑 채널 판매를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신선도를 유지해 주는 비닐봉투 출시도 준비 중이다. "스티커와 비닐봉투를 함께 묶어서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어요. 비닐봉투는 여름에 신제품으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신선한 비닐봉투의 원리는 스티커와 다르다. "농산물이 부패하면 노화를 촉진시키는 에틸렌 가스가 배출돼요. 이 가스를 비닐봉투가 빨아들여 부패 속도를 늦추는 방식이죠. 이렇게 되면 스티커보다 신선도가 2, 3일 더 오래가요."

다만 신선도를 유지하는 비닐봉투는 국내에 경쟁제품이 많다. 인터넷에서 '신선도 유지 비닐봉투'로 검색하면 다양한 제품이 나온다. 가격은 20장에 약 1만8,000원이어서 장 대표가 개발한 스티커에 비하면 비싸다.


"친환경 제품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꿈"

장 대표는 한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안전, 리더십, 코칭 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2012년 테이프 제조업체 영우에 입사해 지난해 창업 전까지 11년간 일했다. 영우는 휴대폰 내부에 들어가는 절연 테이프 등 다양한 산업용 접착 테이프를 만드는 30년 이상 된 업체다. 그곳에서 그는 영업팀장을 하며 점착성을 지닌 테이프에 대해 잘 알게 됐다. 그것이 곧 스티커 개발로 이어졌다. "환경 오염 문제를 다룬 기사들을 보면서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신선도 유지 스티커를 구상했어요."

창업을 결심한 것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회사에 오래 있다 보니 새로운 일을 해보는 데 한계가 있었죠."

그는 회사를 다니며 구상한 신선도 유지 스티커 아이디어로 지난해 말 창업진흥원이 주최한 1인 창조기업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또 지난달 중소기업부에서 지원금을 주는 초기창업패키지에 선정됐다. "1인 기업이어서 혼자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요. 지원금으로 직원부터 늘려야죠."

매출 목표는 올해 2억 원, 내년 30억 원 이상을 겨냥한다. "유통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뚫는 것이 관건이죠. 국내보다 해외시장의 가능성이 더 높아요. 기후 변화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뛰고 있어서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을 것으로 봐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미국, 중국, 유럽 등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수출에 유리한 친환경 신제품을 하반기에 추가 출시할 방침이다. "생분해 필름과 종이를 사용해 자연분해되는 스티커를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또 물에 녹아 분리되는 친환경 점착제를 이용한 제품도 개발할 계획이죠."

아울러 스티커의 적용 대상도 육류로 확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고기류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스티커 개발을 위해 모 연구기관과 대장균 번식 억제 실험을 하고 있어요. 육류용 신선 스티커는 항균 및 탈취 기능까지 포함합니다."

친환경 제품 개발은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의 일환이다. “일곱 살 아들이 있다 보니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아요. 개발한 제품을 통해 사회에 조금이라도 공헌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즐거움이죠."

최연진 IT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