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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킨텍스와 계룡대로 쪼개진 육군 무기 전시회[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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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K방산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와중에 우리 방산업계가 졸지에 새우 처지가 됐습니다. 고래 싸움에 끼어 등이 터질 상황에 놓였단 얘깁니다. 오는 9월 25~28일 IDK(전시업체)·한국방위산업학회가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하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24)과 10월 2~6일 육군협회·메쎄이상(전시업체)이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여는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2024)가 불과 일주일 간격으로 연달아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두 행사 모두 지상군을 중심으로 한 무기체계와 지원체계가 중심이 되는 전시회입니다.
당초 지상군 무기 전시회는 2014년부터 격년으로 열렸던 DX KOREA 하나였습니다. 두 행사의 주최자로 이름을 올린 IDK와 육군협회가 5회에 걸쳐 공들여 쌓은 탑입니다. 초기엔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2022년 높아진 K방산의 위상 덕에 흑자로 전환, 1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남기는 행사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육군협회는 IDK와 결별을 선언하고 새 주관사와 함께 KADEX를 열기로 했습니다. 의아하게도 국방부, 육군,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등 정부부처·기관·군의 후원은 10년 역사의 DX KOREA가 아닌, 신생 행사인 KADEX로 쏠렸습니다. 심지어 올해 DX KOREA에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 초 사전 참가신청을 했던 한 방산 대기업은 "전시 효과와 목적에 부합하는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며, 사전 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KADEX 참가로 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방산업체 입장에선 정부의 후원을 받는, 더 많은 해외 바이어가 올 법한 행사를 택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방산업체들은 KADEX를 선택하면서도 입은 '댓발' 나왔습니다. 계룡 비상활주로라는 행사 장소 때문입니다. 주로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업체들로선 △계룡까지 이동 수단과 소요시간이 만만치 않고 △개최 일정 닷새 중 사흘이 휴일(개천절, 토·일요일)이며 △처음으로 열리는 야외 전시회에 따른 기상·보안·비용 등 각종 변수들 탓에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선택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KADEX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이쯤에서 근본적인 질문 하나. 육군협회는 왜 DX KOREA를 더 발전시켜 나가기는커녕 '조강지처'인 IDK와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걸까요?
방산업계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균열 조짐은 2년 전 DX KOREA에서 감지됐습니다. IDK와의 협의 없이 육군협회가 전시·컨벤션 전문업체인 메쎄이상을 끌어들여 '전력지원체계전시회'라는 새로운 전시를 추가하면서죠. IDK는 "메쎄이상이 무임승차하면서 수익만 챙겼다"고 주장했고, 메쎄이상 측은 "협약 당사자인 군수산업연합회가 승인한 사안"이라고 맞섰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결정적인 '결심의 배경'이 있습니다. IDK는 10년 전 행사를 기획하면서 "영리 업체에게 후원하는 건 곤란하다"는 육군의 뜻에 따라 비영리단체인 육군협회와 손잡기로 했습니다. 그 대가로 연평균 1억 원(행사 개최연도 1억5,000만 원, 비개최연도 5,000만 원)의 기부금을 내는 조건이었죠. 그런데 메쎄이상은 전체 전시회 중 일부만 개최하고도 3억5,000만 원(군수산업연합회 2억 원, 육군협회 1억5,00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육군협회 입장에선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었겠죠. 전시업계에 따르면 메쎄이상은 최근 가장 잘나가는 전시 대행업체입니다. 게다가 IDK처럼 지난 10년간 적자를 보지도 않았으니, 통 큰 기부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싹이 튼 갈등은, 머지않아 루비콘강을 건너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육군협회는 IDK가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다녔고, 이에 박춘종 IDK 대표가 권혁신 전 육군협회 사무총장(예비역 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합의 하에 고소는 하지 않았지만 육군협회 입장에선 돈도 적게 주면서, 고소까지 감행한 IDK와 더는 함께할 수 없다고 결심한 트리거가 됐을 테죠.
육군협회 측은 돈 때문에 결별했다는 해석에 대해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칩니다. △IDK 측이 2020년 행사 때 임의로 전시 일정을 변경해 육군협회의 업무 영역을 침해했고 △협약서를 위반해 육군협회와 협의 없이 육군본부에 통역 및 차량 임의 사용 등 무리한 지원을 요구했으며 △인건비, 차량 유지비, 사무실 임대료 등 회사 운영비를 전시회 지출로 정산하면서 매번 전시회가 '적자'라고 보고하며 기부금 납부 시기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IDK측은 △2020년 행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불가피하게 일정을 바꿨고 육군협회 수석 부회장(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됐으며 △육군본부에 지원을 요구한 것도 부회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한 일이며 △적자를 감수한 노력 덕분에 5회차에 순이익을 발생시켰고, 기부금은 전액 이상 없이 제공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육군협회는 2022년 9월 행사를 치르고 수익을 결산한 뒤 결별을 결정한 게 아니라, 이미 같은 해 2월 협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5회째 행사를 마지막으로 결별하기로 돼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선후 관계를 따져봤을 때 돈 때문에 결별한 건 결코 아니라는 해명입니다.
결별의 원인은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립니다. 또다른 문제는 드러난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입니다. 지난 3월 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중재로 양측이 만났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IDK가 제안한 세 가지 안에 대해 모두 퇴짜를 놓은 것인데요. ①IDK가 지상군 방산전시회에서 빠질 테니, 그간의 손실을 분할 방식으로 보전해 달라(대략 40억~50억 원 수준) ②킨텍스에 구역을 나눠 DX KOREA와 KADEX를 공동 전시하자 ③육군협회가 KADEX를 정리하고 수익금 분배를 전향적으로 협의한다는 제안 모두에 대해 육군협회는 마뜩잖았던 모양입니다. 최근 방사청 중재로 1시간 반 동안 이뤄진 회의에서 육군협회는 IDK에 '대안을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주최사(육군협회)와 주관사(IDK) 간 갈등을 빚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보통은 주최사가 '슈퍼 갑'의 지위이기 때문에 주관사가 같은 종류의 행사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오히려 주최사가 명칭도 공간도 잃고 쫓겨난 꼴이 됐습니다. 양측 모두 킨텍스에 대관 신청을 했지만, 킨텍스는 기존 행사인 DX KOREA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국방부·육군·방사청 등은 왜 KADEX만 후원하기로 한 걸까요? 심지어 양측 모두 후원 요청을 했을 때 육군협회 측은 행사 장소로 '킨텍스'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계룡시·충남도와 양해각서(MOU)는 체결했지만, 계룡대 비상활주로의 사용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죠.
여기엔 군 특유의 위계질서가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육사 34기로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권오성 육군협회장이 신 장관(육사 37기), 석종건 방사청장(45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46기)의 하늘 같은 선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KADEX 후원을 결정했다는 것이죠.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육군은 행사 때마다 3억 원의 예산과 전차 등 각종 무기, 군 병력 1,200여 명을 지원했다"며 "병력 1인당 10만 원으로 계산하면 12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국민이 낸 세금이 투입되는 전시회라는 얘깁니다. 세금이 투입되는 방산 전시회인 만큼 K방산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뭔지에 대해 정부와 국회, 방산업계 모두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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