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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멍든 채 교회서 숨진 10대… 경찰 "외상 의한 폐색전증 추정"

입력
2024.05.17 17:11
수정
2024.05.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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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학대 가능성 있어" 1차 구두 소견 전달
50대 여성 신도,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영장

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 제공

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 제공

교회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 쓰러져 숨진 10대의 사망 원인이 혈관 내 덩어리(색전)가 폐동맥을 막아서 생기는 질환인 '폐색전증'이라는 부검 소견이 나왔다.

17일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날 숨진 A(17)양 시신을 이날 부검한 뒤 "사인은 폐색전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통보했다.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 등 증상을 보이는 폐색전증의 주요 원인은 외상과 심혈관 질환 등으로 알려져 있다. 국과수는 또 "학대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소견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A양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전날 긴급 체포한 50대 여성 B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앞서 B씨의 휴대폰을 압수해 삭제되거나 남아있는 사진이나 문자메시지 중에 혐의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상에 의해 폐색전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피의자 B씨를 상대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 15일 오후 8시쯤 인천 남동구 한 교회에서 “A양이 밥을 먹다가 의식을 잃었다”며 “입에서 음식물이 나오고 있다”고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가 출동했을 당시 A양은 교회 내 방 안에 쓰러져 있었다.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인 A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인 전날 0시 20분쯤 숨졌다.

소방당국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양의 얼굴과 배, 등에서 발견된 멍 자국 등을 보고 A양과 함께 교회에서 생활한 B씨를 전날 새벽 긴급 체포했다. B씨는 지방에 거주하는 지인인 A양 어머니 부탁을 받고 A양을 돌봐 온 것으로 파악됐다. 교회 측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교회에서 지낸 A양은 지난 1월부터 발작과 불안 증상을 보였다. 자살과 자해 시도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 관계자는 전날 “B씨가 A양이 자해를 못하도록 거즈나 수건으로 손목을 붙잡아 매 놓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면서도 "교회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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