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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동생 '나 몰라라'했던 형... 동생 사망하자 "재산 나눠달라" 소송

입력
2024.05.20 04:30
25면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법률·교육 : <5> '유류분'에 대한 헌재의 새로운 결정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유류분, 유족의 생존권 보장
헌재의 유류분 새 결정, 반향 클 듯
형제자매의 현실을 반영한 판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상속 관련 소송 건수

상속 관련 소송 건수

상속재산에 관한 소송은 매년 급격히 늘어난다. 특히 중년의 경우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기 시작하는 시기라, 상속은 중년의 삶과 밀착된 법률문제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25일 헌법재판소는 가사소송계를 들썩이게 하는 판단을 했다. 상속 관련 이슈 중 '유류분'에 대한 내용인데, 판결 직후 ‘가사 전문 변호사’인 필자는 의뢰인은 물론, 법조인 동료들로부터 빗발치는 문의를 받았다.

Q1 : 형과 저(45), 그리고 신체장애를 가진 동생까지 삼형제입니다. 부모님께서는 경제 능력이 없는 동생을 위해 집을 남기고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결혼은 포기하고, 그 집에서 동생과 함께 살았습니다. 집 인근에서 장사를 하면서 동생의 세 끼 식사는 물론, 동생이 자신의 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원치 않아 매일 목욕도 제 담당이었습니다. 동생은 그런 저에게 고마웠던지, 먼저 하늘나라로 가면서 저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을 주겠다고 유언했습니다. 하지만 동생 사망 후 형은 “나도 상속권자”라며 저에게 '유류분 반환청구'를 했습니다. 형에게 재산을 나눠줘야 하나요?

A1: 도움이 필요한 동생을 위해 삶을 바친 사연자님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먼저, 유류분이 무엇인지 소개하면서 정확한 답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민법은 상속인들에게 ‘유류분’이라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상속인에게 보장하는 필요 최소의 상속분’입니다. 사망한 사람이 나에게 상속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예: 상속인 중 일부에게만 상속, 사회공헌 상속), 상속인이라면 이 ‘유류분’을 보장받는 것입니다.

유류분을 보장하는 법의 취지는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상속인들의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와 기대를 보장’하는 데 있습니다. 필요 최소의 상속분인 유류분을 인정하는 구체적인 비율은, 형제자매나 직계존속에게는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 직계비속(자녀)이나 배우자에게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입니다. 사연자의 경우, 원래는 형에게 6분의 1(형 상속분 2분의 1 X 유류분 비율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헌재는 지난 4월 25일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민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현실상 상속재산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상속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형제자매의 경우, 서로의 재산 형성에 기여를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요. 따라서, 사연자는 헌재의 이번 판결에 따라 형에게 유류분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진 것입니다. 장애 동생을 돌보시느라 평생을 헌신한 사연자에게 법이 위로가 되었기를 기원합니다.

Q2: 중년 여성입니다. 아버지가 15년 전 큰 사고를 당한 뒤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했습니다. 저와 어머니는 생계는 물론, 아버지 병간호와 치료비를 책임졌습니다. 그런데 오빠는 그런 아버지가 부담됐나 봅니다. 아버지 사고 후 몇 개월 정도 집에 왔을 뿐 그 후로는 거의 얼굴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아버지는 최근 아버지의 재산을 어머니와 저에게 상속한다고 유언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빠는 ”나도 상속인이니 재산을 달라. 주지 않으면 유류분반환청구를 하겠다”고 합니다.

A2 : 오랜 기간 아버님을 위해 수고하신 사연자님의 노고에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첫 번째 사연에서 설명해 드렸듯, 오빠는 유류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사연자님은 오빠에게 유류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사연자님이 오빠의 청구를 방어할 수 있는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미 오빠가 사전에 증여받은 재산이 있거나, 사연자님이 아버지를 위하여 사용한 돈이 있다면 (특히나 아버지에게 빌려드린 돈이라면) 유류분 반환 액수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의 증거(예: 아버지와의 대여계약서 작성)를 잘 수집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사연자님은 향후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기여분이란, ‘상당한 기간 동거ㆍ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를 한 사람이 있는 경우, 상속분 산정에서 가산해 주는 지분입니다.

현재의 민법은 유류분의 경우 기여분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4월 25일 헌재는 △유류분제도에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유류분 상실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회에 2025년 12월 31일까지 이 조항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내용도 담았습니다.

따라서 사연자님은 오빠에게 유류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오빠의 사전증여 또는 사연자님의 기여분을 주장하여 오빠에게 지급할 유류분을 감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오빠도 상속인이니 유류분 권리가 있지만, 사연자님의 아버지에 대한 헌신과 노력을 법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김승혜 법무법인 에셀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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