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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쌀 자급 공신' 통일벼 신품종, 아프리카 먹여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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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만큼 '밥(쌀)'에 진심인 곳이 있다. 아프리카다. 세네갈은 국화(國花)가 '벼'일 정도로 벼를 소중히 여기고, 가나에선 쌀로 만든 '졸로프(Jollof)'가 없어서 못 먹는 국민 음식으로 꼽힌다.
이런 아프리카 곳곳에 최근 '코리아 모(Korea Mo)' '이스리6(ISRIZ-6)' '이스리7(ISRIZ-7)' 등이 심어지고 있다. 모두 우리나라가 개발한 쌀 종자로, 통일벼 계통인 밀양23호와 태백 등을 현지 토양과 날씨 등에 맞춰 개량한 것이다. 한국식 모내기로 불리는 '이앙법'으로 농사를 짓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올해부터 본격화한 'K라이스(쌀)벨트' 사업 영향이다.
K라이스벨트는 벼 종자부터 생산 기반, 유통 체계까지 쌀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아프리카에 전수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아프리카는 쌀을 주 식량으로 많이 소비하지만, 그만큼 생산하지 못해 극심한 식량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특유의 기후와 토양을 극복할 수 있는 농업기술이 부족해서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한 번 주고 끝나는 일회성이 아니라, 아프리카 현지 날씨와 토양에 맞는 종자 개발부터, 농업기술 전수, 생산단지 건설과 배포까지 쌀 재배와 관련된 모든 단계에 닿아 있는 K라이스벨트 사업을 시작했다. 물고기를 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까지 알려주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첫발을 뗀 후 △세네갈 △감비아 △기니 △가나 △카메룬 △케냐 △우간다 7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고, △기니비사우 △시에라리온 △코트디부아르와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사업이 시작될 계획이다. 아프리카 내 입소문이 퍼져 △나이지리아 △마다가스카르 △짐바브웨 등 10개 이상 국가가 추가 공식 요청을 해왔고, 다른 7개 나라가 비공식 요청을 하는 등 관심을 받고 있다.
K라이스벨트 사업은 국가별 농업정책에 맞춰 3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①우선 해당 국가에 맞는 종자를 찾는다. 아프리카는 우리나라와 달리 찰기가 떨어지고 쌀알이 길쭉하게 생긴 '인디카 쌀'을 선호한다. 농촌진흥청은 고민 끝에 다수확이 가능하고, 아프리카 쌀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통일벼를 아프리카 기후와 토양에 적합하게 바꿨다. ②이 품종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벼 종자 생산단지'를 구축하고,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양수로 등 관개시설을 정비한다. ③농가에 종자를 보급하고 이앙법(모내기) 등 재배 방법을 알려준다.
2027년부터 연간 벼 종자 1만 톤을 생산해, 약 3,000만 명에게 안정적으로 쌀을 공급하는 게 최종 목표다. 아프리카는 ㏊당 평균 1.5~3톤을 생산하는데, K라이스벨트 품종은 2배 이상인 5~6톤을 생산할 수 있다. 이상준 농림축산식품부 K라이스벨트 추진단장은 "한국은 1970년대 통일벼 품종을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 기반을 조성해 '쌀 자급' 목표를 이뤄냈다"며 "벼를 재배하는 아프리카 39개국 중 21개국이 쌀의 절반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데, 아프리카에 이 노하우를 전수해 스스로 쌀을 재배할 수 있게 돕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범사업 성적은 좋다. 가나에선 작년 코리아 모 등으로 300톤이 넘는 쌀을 생산했는데, 농가 반응이 뜨겁다. 김충회 가나 코피아센터 소장은 "㏊당 생산량이 평균 7톤으로 이 지역의 재래 벼 품종의 2배를 웃돈다"며 "가나는 향기 있는 쌀을 좋아하는데, 이 종자는 향미성까지 갖춰 주변에서 코리아 모를 구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상> 생명의 쌀띠, K라이스벨트
<하> 벼만 심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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