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뒤 중러 교역 늘었다"... 다시 끌어안은 시진핑과 푸틴

입력
2024.05.16 19:00
수정
2024.05.16 21: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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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집권 5기 시작 9일 만에 시진핑과 회담
'서방 제재' 불구하고 '중러 연대 건재' 과시
"북한과 대결 고조시키는 미국 위협 반대"
우크라이나 사태도 논의, "대화 중요성" 강조

중국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통령 선거 승리로 집권 5기를 시작한 뒤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통령 선거 승리로 집권 5기를 시작한 뒤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패권적 행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견제를 위해 '중러 결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확인하며 재차 서로를 끌어안은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늘어난 중러 간 무역 규모를 강조하며, 서방 제재 속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중국 외교부와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오전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소인수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16, 17일)은 지난 7일 집권 5기를 시작한 지 9일 만에 이뤄졌다. 시 주석 또한 지난해 3월 3연임을 확정한 직후 가장 먼저 러시아로 향한 바 있다. 두 정상이 서로의 초장기 집권을 지지하며, 미국의 제재·압박을 계기로 결속을 다지는 자리를 각자 임기 초부터 만든 셈이다.

"한반도 무력 분쟁 초래할 미국·동맹 위협 반대"

두 정상은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확대정상회담 뒤 '중러 수교 75주년 계기 신시대 전면적 전략 협조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두 정상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전략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언급하고 "남중국해의 안정 문제에 대한 역외 세력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을 부를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적 위협에 반대한다"고 적시했다. 아태 지역과 한반도 지역의 긴장을 높이고 있는 당사자를 미국과 동맹 세력으로 규정하고, 중러가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회담을 갖고 양측이 서명한 문서를 교환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회담을 갖고 양측이 서명한 문서를 교환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소인수 회담에서도 "나의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중국 국빈 방문을 환영한다"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유대감을 표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양국 무역액이 2022년보다 약 25% 증가한 2,270달러(약 305조 원)에 달했고, 양국 교역의 90%가량이 미국 달러화가 아닌 중국 위안화와 러시아 루블화로 결제된 점 등을 언급하며 "이는 지난해 3월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 이후 2030년까지 양국 경제 협력의 주요 영역 발전 계획을 승인한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를 촉발했지만, 중러 협력 덕에 버텼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대화" 언급했지만 '휴전' 논의 불분명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기자회견에선 "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주요 20개국(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포함한 다자기구의 개혁, 탈(脫)정치화를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적대 행위의 장기화와 분쟁의 추가 고조에 기여하는 어떤 조치도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는 최선의 형태로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안보 불가분의 원칙'을 고수하며, 모든 국가의 정당한 안보 이익과 우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명시했다.

두 정상이 언급한 '대화'가 휴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앞서 시 주석은 이달 초 프랑스 방문 중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으로부터 파리올림픽 기간 휴전할 수 있도록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 날인 17일 러시아와 가까운 하얼빈을 방문한다. 제8회 중국·러시아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하얼빈공대에서 교사·학생들을 만날 예정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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