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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내 권한", 이원석 "가시밭길"... 장관·총장의 '언중유골' 배틀

입력
2024.05.17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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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총장 패싱설, 용산개입설 일축
검찰총장은 '고통'과 '고난' 키워드 강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16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16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장관을 너무 무시하시는 말씀 아닙니까?"(박성재 법무부 장관)

"사람이 가는 길은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입니다."(이원석 검찰총장)

검찰 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용산 주도설'과 '총장 패싱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제청권자는 장관"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긴 침묵'으로 속상함을 넌지시 드러냈던 이원석 검찰총장은 "고통의 바다"와 "가시밭길"을 언급하며 코너에 몰린 현 상황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박 장관은 1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물음에 답했다. 검찰 인사에서 검찰총장을 패싱(의견을 듣지 않음)했다는 논란에 대해 "검찰총장과 다 협의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음 발언에서 "(총장이 인사) 시기를 언제 해달라고 하면 이를 다 받아들여야만 인사를 할 수 있는 거냐"며 날을 세웠다. 앞서 이 총장은 박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를 늦춰달라"고 요청했지만, 박 장관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사법연수원 17기인 박 장관과 27기인 이 총장의 '상하관계'로 현 상황을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 총장이 14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시간 침묵하며 인사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오자, 열 기수 선배인 박 장관이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것이라는 풀이다. 박 장관은 "장관이 인사제청권자로서 충분히 인사안을 만들어 하는 것이지, 대통령실 누가 다 했다는 것이냐"며 용산 개입설도 일축했다.

검사 시절 두 사람은 여러 차례 함께 근무했다. 박 장관이 2006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일 때 이 총장은 소속 검사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 수사를 했다. 또 2011년 그가 제주지검장일 때는 이 총장이 그 검찰청 형사2부장이었다. 박 장관이 창원지검장일 때는 이 총장이 창원지검 밀양지청장이었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박 장관은 검찰 현직에 있을 때도 상하관계를 중시하는, 소위 '한 성격 하는' 선배였다"며 "한참 어린 후배가 인사에 대한 불편함을 공개적으로 내비치자 기분이 상한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총장이 제 명을 어겼다"(추미애),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윤석열)라는 말로 대표되는 2020년 '추-윤 갈등'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검찰청법상 검찰 인사에 대해선 '장관이 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해야 하는데, 당시 추미애 장관은 '제청권은 장관 권한'이라며 일방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서로 입장만 바뀌었을 뿐인 '총장 패싱 논란'이 그대로 재현됐다"고 지적했다.

이원석 총장은 이날 신임 검사장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고난'과 '고통'이라는 키워드를 유난히 강조했다. 그는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고통의 바다에 뛰어들며, 사람이 걸어가는 인생길은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라고 불편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또 "매 순간 고난과 역경의 가시밭길 사이에서도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키우는 뜻깊은 보람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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