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종, 난소 기능 유지 ‘카테터 에탄올 경화술’로 치료 효과 높여

입력
2024.05.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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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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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 기능이 떨어졌거나 수술 후 재발한 자궁내막종 환자에게는 난소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수술 대신 ‘에탄올 경화술’이 많이 시행된다.

얇은 바늘 침으로 자궁내막종 내 이물질만 제거하고 에탄올을 넣어 화학적으로 파괴하는 시술이다.

이때 자궁내막종 내 이물질이 매우 끈적끈적한 성분이라 얇은 바늘 침으로 제대로 제거하기가 어려웠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바늘 침 대신 카테터를 삽입해 에탄올 경화술을 2일에 걸쳐 2번(2세션) 시행한 결과, 난소 기능은 유지되면서 자궁내막종 크기가 크게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신지훈(영상의학과)·김성훈(산부인과) 서울아산병원 교수 연구팀은 2020년 6월~ 2023년 3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카테터를 이용한 2세션 에탄올 경화술을 받은 자궁내막종 환자 22명(31개의 병변)의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 자궁내막종 지름이 평균 5.5㎝에서 1.4㎝로 4배가량 줄었고, 자궁내막종 부피는 96.4% 감소했다.

가임기 여성에게 흔히 발생한다고 알려진 자궁내막종은 매달 생리로 빠져나가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에 착상 및 증식하는 질환이다. 심한 생리통, 만성 골반통 및 난임을 유발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을 시행하면 혹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난소 조직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난소 기능이 이미 떨어진 환자나 수술 후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는 남아 있는 난소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에탄올 경화술이 시행되고 있다.

기존 에탄올 경화술은 질(膣)을 통해 얇은 바늘 침을 삽입해 자궁내막종에 접근한 뒤 혹 안 이물질을 흡인해 제거하고 그 안에 에탄올을 넣어 자궁내막종 안쪽 세포들을 세척해 화학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이다.

이때 사용되는 바늘 침 두께가 매우 얇아 점도가 높은 자궁내막종 내용물을 깨끗하게 흡인하기 어려워 시술 시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재발률이 15% 정도로 높았다.

연구팀은 2020년 6월~2023년 3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카테터를 이용한 2세션 에탄올 경화술을 받은 난소 기능이 저하된 자궁내막종 환자 22명(31개 병변)의 치료 효과를 6개월 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바늘 침보다 두꺼운 4~6㎟(7~8.5 Fr) 내강 카테터를 사용해 자궁내막종 내용물을 확실히 제거했으며, 동일한 시술을 2번 시행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시술 도중 조영제를 넣어 내용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혹 외벽에 구멍이 뚫리지 않았는지 확인해 에탄올이 난소 주변으로 누출되는 걸 예방했다.

그 결과, 자궁내막종 지름이 시술 전에는 평균 5.5㎝에서 시술 6개월 후 1.4㎝로 4배가량 감소했다. 자궁내막종 부피는 시술 전 114.6㎤에서 시술 6개월 후 3.4㎤로 줄어 96.4% 감소했다.

환자의 난소 기능을 측정하는 혈중 AMH(Anti-Mullerian Hormone) 농도 변화는 시술 전 평균 1.37ng/mL에서 1.18ng/mL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 없이 건강하게 유지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찰 기간에 치료된 자궁내막종이 다시 성장한 케이스는 없었으며, 시술과 연관된 주요 합병증이 발생한 것도 없었다.

신지훈 교수는 “카테터를 이용한 2세션 에탄올 경화술을 시행하면 환자가 난소 기능을 보전할 수 있고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질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해 시술이 진행되기에 흉터가 남지 않고 통증이나 합병증도 적어 환자 만족도가 높다”며 “아직까지 대부분 난소 기능이 저하된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꾸준한 연구로 시술 대상을 넓혀 더 많은 자궁내막종 환자들이 건강하게 치료받고 삶의 질도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심혈관 및 인터벤션 영상의학학술지(CardioVascular and Interventional Radiology, 피인용 지수 2.9)’에 최근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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