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슬로바키아 총리, 생명엔 지장 없어… 용의자는 71세 작가

입력
2024.05.16 08:27
수정
2024.05.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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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등 5발 총상으로 응급수술
"현재 생명 위협 상황은 아냐"
용의자 현장서 체포… "71세 작가"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59)가 15일 각료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인 핸들로바에 도착하고 있다. 이 회의가 끝난 후 그는 여러 발의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핸들로바=AP 뉴시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59)가 15일 각료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인 핸들로바에 도착하고 있다. 이 회의가 끝난 후 그는 여러 발의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핸들로바=AP 뉴시스

슬로바키아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여러 발의 총격을 받고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이 사건을 총리를 노린 암살 기도로 규정했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로베르트 피초(59) 슬로바키아 총리는 이날 수도 브라티슬라바 북동쪽 150㎞ 떨어진 핸들로바 지역에서 각료 회의를 연 후 소규모로 모여있던 지지자들을 만나던 중 총격을 당했다. 피초 총리는 차량으로 병원 이송 중 위중하다는 구급대원의 판단에 따라 헬기로 옮겨졌다. 현지 언론에서는 용의자가 5발 정도를 발사했고, 피초 총리가 이 중 3발 이상을 복부 등에 맞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구급대는 피초 총리를 인근 도시인 반스카 비스트리카 병원으로 옮겼고, 수시간 응급수술이 진행됐다. 토마스 타라바 슬로바키아 부총리는 "내가 아는 한 수술은 잘 진행됐고, 그는 살아남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슬로바키아 경찰은 용의자를 현장에서 체포한 뒤 수사를 벌이고 있다.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은 취재진을 만나 "이 암살 시도는 정치적 동기가 있고 용의자는 지난달 선거 직후 범행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에스토크 장관이 언급한 선거는 피초 총리 진영의 승리로 돌아간 4월 대통령 선거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스토크 내무장관에 따르면 용의자는 71세의 작가다. 그가 시집 3권을 출간한 슬로바키아 작가 협회 회원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용의자의 아들은 아버지가 피초 총리에게 증오심을 갖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버지는 피초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슬로바키아 방송사들은 용의자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영상녹화분을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피초 총리는 2006∼2010년 첫 번째 임기에 이어 2012∼2018년 연속 집권하는 등 모두 세 차례 총리를 지냈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총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친(親)러시아 여론을 등에 업고 승리하며 총리직에 복귀했다.

브라티슬라바에서는 최근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매주 열렸다. 슬로바키아 야권은 피초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공영언론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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