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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습인사 후폭풍, 일선 검사들 수사 일정도 꼬였다

입력
2024.05.16 04:30
수정
2024.05.16 10:4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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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 못하면 상당 기간 처리 늦춰져
대선개입 여론조작·돈 봉투 의혹 사건
사실상 임기 내 끝내기 불가능한 상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 깃발. 서재훈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 깃발. 서재훈 기자

기습적인 검사장 인사에 이어 후속 중간간부 인사 일정도 전격전처럼 진행되면서, 일선 검사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간간부급(차장·부장검사) 인사 전에 사건이 처리되지 않으면, 새로 부임하는 간부들이 기록을 재검토하고 결정을 내려야 해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17일까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등 주요 직위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인사는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이달 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빠른 인사 속도에 일선 검사들의 마음은 급해졌다. 검사들은 통상 인사 시점을 예상해 마감기한을 정하고 주요 사건을 수사하는데, 검사장급 인사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나와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인사이동이 이뤄졌고, 이원석 검찰총장 임기가 9월에 끝나는 점 등을 감안해 7월 정도 인사를 예상했는데, 실제 5월에 인사가 이뤄지며 일정이 꼬인 것이다.

처리 시점이 붕 떠버린 대표적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강백신)가 수사 중인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사건' 관련 사건이면서 주요 언론사를 상대로 한 까다로운 수사라, 고형곤 4차장검사나 강백신 부장검사가 마무리지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고 차장검사는 수원고검 차장검사(검사장)로 승진해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한다. 강 부장검사 인사 때까지 시간이 있긴 하지만, 사건을 처리하기엔 물리적으로 역부족이라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과 후임 4차장검사가 짐을 떠안게 됐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도 마찬가지다.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의원들이 검찰 소환을 미루고 있어 단기간 내 정리는 불가능하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윤관석 무소속 의원 등을 구속기소해 큰 줄기의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고 차장검사가 떠나가고,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도 인사 이동이 유력해 돈봉투 수수 의심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후임 부장검사의 몫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사건처럼 최종 판단만 남은 일부 사건은 인사 전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용성진)는 이달 초 의혹의 정점인 구현모 전 KT 대표를 소환조사하며 수사를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해당 의혹 및 '보은성 투자 의혹'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재기수사 명령)는 후임자들에게 넘어가게 됐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은 가방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만 소환조사했을 뿐, 아직 문제의 영상 원본도 확보하지 못한 기초조사 단계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 등 사건 관계자들의 항소심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김 여사 수사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 인사는 결국 '수사를 잘하기 위해서'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검찰 간부 인사가 그런 취지에 어울리는 것이었는지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사실상 종결 단계에 접어든 사건이 아니면 2주 만에 사건 처리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이제 처리할 사건과 인수인계할 사건을 분류해 처리해야 할 사건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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