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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앞두고 쓰러진 35년차 교사... 가는 길에도 100여 명 살렸다

입력
2024.05.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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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무주고 교감, 뇌사 장기기증
심장, 간, 좌우 신장, 인체조직 기증
"이번에 뵈려 했는데" 제자들 추모

전북 무주고등학교 이영주 교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전북 무주고등학교 이영주 교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스승의 날을 앞두고 갑자기 쓰러진 50대 교사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숨을 거뒀다.

1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에서 전북 무주고등학교 이영주(57) 교감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간,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 이씨는 장기조직뿐만 아니라 연골, 뼈 등 인체조직도 100여 명에게 나눴다.

전북 지역 중·고교에서 35년 여 간 영어 교사였던 그는 3년 전 교감으로 승진했다. 이달 교장 승진을 앞두고 7일 연수를 받으러 가려고 집에서 짐을 챙기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그가 생전 장기기증으로 다른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을 밝혔기에 뜻을 존중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전북 군산시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이 교감은 어릴 때부터 남을 먼저 배려하고 행동했다. 다른 사람을 선입견 없이 자상하게 대했다. 그는 또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따뜻한 성품을 지녔다.

평소 책과 신문을 즐겨 읽었고, 테니스와 배구를 취미로 삼았다. 쉬는 날에는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다양한 경험을 해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또 어려운 이웃을 위해 20년 넘게 후원하며, 늘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나서 도움을 주곤 했다.

그는 학교에서 누구보다 온화한 스승이었다. 평소 학생들을 자식처럼 아꼈고, 특히 생활이 어렵고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하는 학생들에게 마음을 줬다. 장례식에는 그가 가르쳤던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전북 무주고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추모 공간. 연합뉴스

전북 무주고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추모 공간. 연합뉴스

온라인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그를 애도하는 제자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제자는 "선생님을 2017년에 만났고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성장했습니다. 찾아갈 때마다 매번 밥을 사주시던 선생님. 이번 스승의 날에는 제가 대접하고 싶었는데..."라고 적었다. 또 다른 제자도 "선생님 덕분에 졸업할 수 있었는데 그간 못 뵀던 게 너무 한이 됩니다. 가르쳐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추모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도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워낙 부지런하고 공감을 잘하는 분이라 학생들과 교사들로부터 신뢰가 컸다고 한다"며 "살아서는 열심히 살고 죽어서는 몸을 애타게 기다리는 자들에게 나눠주고자 했던 분이셨기에 졸업생도 교사들도 고인을 추모하며 안타까워한다"고 애도했다.

이 교감의 아들 겨레씨는 "떠나는 날 많은 분이 아빠를 위해 울어주셨다.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이제는 우리가 모두 기억하고 행동하겠다. 너무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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