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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위기 극복, 주민 의지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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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토요일 상영합니다.
경주 감포항의 문어잡이 배 '광성호' 선장 조경수(68)씨는 청년마을인 가자미마을 탄생의 숨은 공로자다. 그는 3년 전 김미나 마카모디 대표가 “뒷골목에 방치된 일제시대 목욕탕을 청년들이 운영하는 카페로 고쳐 운영하고 싶다”고 하자, 건물주를 만나 설득해 사비를 들여 매입했다. 공사 수리비까지 총 2억 원이 넘는 비용을 모두 부담한 그는 청년들에게 무상 임대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청년들이 중도에 포기하고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조씨는 “자식뻘의 청년들이 100년 역사가 서려 있는 목욕탕을 이색카페로 재탄생시켜 운영한다고 했을 때 그저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썰렁하기만 했던 마을이 청년들로 북적거리고 동네도 환해져 만족스럽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자미마을이 자리 잡는 데 조씨 혼자만 나선 건 아니었다. 조씨를 비롯해 50, 60대의 나이 지긋한 동네 주민 7명이 뭉쳤다. 어린이집 원장, 와인 연구가, 사진작가, 어선용품점 사장, 천연염색가, 주부 등 하는 일도 각자 달랐지만, 소멸위기에 처한 마을을 살려야 한다는 데는 같은 마음이었다. 이들은 부랴부랴 ‘함께 가는 길’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감포를 찾는 청년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에 나섰다. 청년들이 마을 역사를 알고 싶어 할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문화해설사로 변신해 이야기를 풀고, 가자미 요리법을 궁금해할 때는 마을에서 가장 실력 있는 요리사를 불러 소개했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온 청년들이 어촌마을 감포의 매력을 찾겠다는데 가만있을 수 있겠냐"며 "함께 가는 길 회원들 모두 청년들 부탁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고 말했다.
조씨가 소멸위기에 처한 감포를 살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마을 유일 중·고교인 감포 중·고등학교 총동창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66년 역사를 자랑하는 감포고등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교육청과 학교, 동문, 주민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폐교를 목전에 뒀던 감포고등학교는 2020년 전교생 150명, 교직원 40여 명의 국제통상마이스터고로 변신했다. 그는 "특급호텔 못지않은 기숙사가 있고 실력이 뛰어난 교사들이 포진해 입학 경쟁률도 치열하다"며 "문을 닫을 뻔한 학교를 유지할 수 있게 돼 감포읍 경제에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멸위기 마을을 살려내기 위해선 가장 먼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동네가 사라지는 걸 막으려면 나부터 마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가꿔야 하지 않겠느냐”며 “청년들만 살아보라고 설득할 게 아니라 주민들도 의식을 전환하고 희망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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