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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중계하고 맞짱 콘텐츠 난무... '조회 수'가 낳은 유튜브 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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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드립니다. 바다를 못 본 게 조금 아쉽네요. 고맙습니다.”
9일 50대 유튜버 A씨는 부산지법 앞에서 또 다른 유튜버 50대 B씨를 살해했다. 둘은 평소 비슷한 주제로 영상을 올리는 '경쟁자'였다. 3년여 전부터 상대를 비난하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고소장 수십 건도 주고받았다. 급기야 올해 2월 A씨는 B씨를 폭행해 전치 3주 상당의 상해를 입혔다. 범행 당일은 해당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번 사건은 조회 수가 돈과 직결되는 온라인 방송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경쟁자로 인해 수익이 줄자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유튜브 괴물'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더 자극적 콘텐츠를 원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는 세태 앞에 온라인 공간에서 윤리나 도덕관념은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사전 자정기능의 제도화를 요구해도 공허한 외침에 그치는 탓에 강력범죄가 생중계돼도 사후 처벌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온라인 다툼이 이른바 '현피(현실+P·Player Kill)'로 이어지는 사례는 심심찮게 발생한다. 2020년 C(당시 38)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D(28)씨가 자신을 무시하고 부모를 욕하는 것에 격분해 집 주소를 알려주며 오프라인 싸움을 제안했다. 화가 난 D씨도 경기 양평에서 2시간 30분을 달려왔고, C씨는 그에게 숨겨둔 흉기를 휘둘러 결국 사망하게 했다.
2013년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30대 남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이번엔 정치적 견해차가 원인이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은 현실과 단절된 공간이 아닌 현실의 확장"이라며 "파급력이 큰 만큼 오프라인과 분리된 세상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튜브가 범죄의 터전이 된 건 '누가 더 화끈한 콘텐츠를 생산하느냐'의 경쟁이 된 방송 환경과 무관치 않다. 콘텐츠 수위가 높을수록 조회 수가 늘고 그만큼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각각 수천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A씨와 B씨는 그간 상대의 갈등 상황을 수시로 중계해왔다. B씨는 "생명 걸고 방송한다"는 자극적 문구로 시청자를 끌어들였고, A씨는 범행 후 도주하는 와중에도 "바다를 못 본 게 아쉽다"면서 클릭 수에 목을 맸다. 구독자 확보 경쟁이 낳은 비극인 셈이다.
유튜브에서 인기가 많은 '참교육' 채널도 실상은 폭행과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종의 부추김이 문제"라며 "시청자들이 부추기면 행동으로 실시간 반응하는 등 계속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부적절한 영상을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 직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해당 영상에 대한 조치를 요청했고, 방심위도 구글에 재차 삭제를 요구했지만, 영상과 채널이 없어지기까지 10시간이나 걸렸다. 범행 당시 B씨의 비명소리가 그대로 담긴 영상의 조회 수가 이미 40만 회를 넘긴 뒤였다. 방심위 관계자는 "적절치 않은 콘텐츠는 민원 접수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걸러내는데, 이번 건은 경찰 통보를 받고 즉시 구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업체 측에 전적으로 대응을 맡기기도 어렵다. 구글 측은 현재 가이드라인 및 모니터링을 활용해 스팸 및 기만행위, 폭력적 콘텐츠 등은 삭제하거나 광고가 붙는 것을 차단하는 노란딱지(수익제한) 조치를 내리지만 매일 셀 수 없이 올라오는 영상 수를 감안하면 빈틈이 훨씬 크다.
무엇보다 강제 조항이 없어 관계당국마저 플랫폼에 조치를 요청하고 기다려야 하는 제도적 맹점이 최대 한계로 지적된다. 김 연구위원은 "잔혹성 등 갈수록 유튜브의 부작용이 커지는 현실을 감안해 부적절한 영상을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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