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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사태에서 국익 지키는 방법

입력
2024.05.14 04:30
27면

일본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 연합뉴스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 연합뉴스

‘라인야후’의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일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 기술적인 협력 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네이버 위탁업체 서버가 해킹돼 라인 이용자 정보가 유출됐고, 이에 일본 총무성은 두 차례에 걸친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리고 ‘라인의 아버지’인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최근 사내 이사에서 물러난 상태다. 최고경영자의 이번 선언도 총무성의 요구에 대응한 대처로 풀이된다.

결말을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첫째, 일본 사회의 배타성이다. 이 배타성은 일본의 자존심과 관련된 분야일수록 가혹하게 나타난다. 이미 국내 언론들은 2018년 당시 카를로스 곤(레바논계 프랑스인) 르노닛산자동차 회장이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던 사건과 비교하고 있다. 또 본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사건이지만, 필자는 2017년 몽골 출신의 스모 선수 하루마후지(日馬富士) 폭행 사건이 떠올랐다.

‘자동차’는 일본이 국부를 키우는 데 핵심 역할을 한 분야이고, ‘스모’는 일본의 국기(國技)라 칭해진다. 물론 곤 회장이나 하루마후지 선수나 범법 행위가 발단이 됐지만, 유독 이 분야에서 외국인의 일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가를 치를 뿐 아니라, 업계 판도마저 바뀌는 결과를 초래했다.

둘째, 일본의 이중 잣대다. 소니의 경우 2011년에 무려 7,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2021년에는 페이스북이 해킹당해 5억 명 이상의 정보가 유출돼 전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당시 사내 거버넌스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한 행정 지도는 거의 없었다. ‘일본 정부의 대응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셋째, 결국 문제의 본질은 데이터 주권과 한국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에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질의 데이터를 다량 확보하는 것이다. 이런 총성 없는 전쟁의 시대에 자국민 70% 이상이 사용하는 메신저와 포털의 경영에 한국 기업 지분이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일본 엘리트들에게 줄곧 불편한 사실이었다. 일부 우익 인사 중에는 '네이버 서버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은 결국 일본 국민의 데이터가 중국으로 넘어갔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이 기회에 국산 메신저와 포털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물론 이 사건이 외교 분쟁으로 비화돼 어렵게 복원된 한일 관계를 다시 과거로 돌리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일본과는 당장 시급한 북핵 대응, 신흥 안보 문제 등 협력할 의제가 산적해 있다. 일단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의 입장 표명이 있었고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일본 총무장관이 ‘자본 관계에 관한 요청이 경영권 관점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향후에도 계속 민간 기업의 거버넌스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면, 정부는 단호하면서도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임은정 국립공주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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