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실핏줄인 자영업자들이 빚더미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336만 명의 개인사업자 금융기관 대출은 총 1,113조 원에 달했다. 2019년 말 738조 원과 비교하면 50% 이상, 지난해 3월 기준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상 자영업자 대출 잔액(1,033조 원)보다도 80조 원이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가 172만 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3개월 이상 대출금을 갚지 못한 자영업자도 7만여 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이들이 보유한 전체 대출 규모는 31조 원이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만기 연장과 대출 돌려 막기로 연명해온 자영업자들이 고금리와 고물가, 불황 등의 여파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한계 상황이란 이야기다.
우리나라 자영업은 고질적인 공급 과잉으로 개미지옥이 된 지 오래다. 자영업자 수는 사업소득을 신고한 이들 기준으로 650만 명, 현장에선 700만 명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취업자 대비 20%를 웃돌아 선진국의 2~4배나 된다. 경제 위기를 겪을 때마다 일터에서 쫓겨난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창업한 결과다. 혁신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미흡했던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자영업자들이 온몸으로 떠받친 셈이다.
자영업이 붕괴될 경우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경제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는 채무재조정 등 선별 지원책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게 시급하다. 무분별한 탕감 등 도덕적 해이는 물론 경계해야 한다. 나아가 사업형 성공 자영업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산업 진흥 관점에서 지원할 필요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자영업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먼저 신경제를 일으켜 밀려난 자영업자들을 흡수할 수 있어야만 한다. 산소호흡기로 일회성 지원에 그칠 게 아니라 전체 한국 경제를 수술대에 올리는 걸 미뤄선 안 되는 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