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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밖으로 안 나오고 배터리 충전하는 무인잠수정 만든다 [창간기획 : 초인류테크, 삶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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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첨단 바이오 같은 신기술이 인류를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초인류로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올해로 일흔 이 된 한국일보는 '초인류테크'가 바꿔놓을 미래 모습을 한발 앞서 내다보는 기획시리즈를 총 6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지난해 12월 미 해군이 항공기업 보잉에서 인도한 무인 잠수정 ‘오르카’는 길이 26m, 수중 배수량 50톤 급으로 현존하는 무인 수중 무기 중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잠항하는 장비로 꼽힌다. 오르카가 시속 5~6km로 운항할 경우 3개월 정도는 배터리 충전 없이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전기 배터리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잠수정의 한계는 다름 아닌 충전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물 위로 떠올라 다른 함정과 전선을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아예 항구로 돌아가 배터리를 갈아 끼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장기 기밀 작전에는 활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방산업계와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물 위로 나오거나 전선을 연결할 필요 없이 수중에서 충전하는 잠수정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법은 초음파다. 해군의 정찰용 무인 잠수정 개념설계를 진행 중인 국내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초음파로 수중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을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 전력 공급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는 우주 무선전력전송은 태양광 위성이 생산한 전기를 전파로 바꿔 지상으로 보내는 기술이다. 그런데 전파는 물 속으로 들어오면 5m도 채 못 간다. 수중에선 수십m 이동이 가능한 초음파가 더 유용하다. 방산업계가 고안하고 있는 잠수정 무선 충전 방식에는 우선 전기를 초음파로 바꿔주는 변환기가 필요하다. 전기에너지를 소리로 바꾸는 스피커의 원리를 응용한 일종의 ‘초음파 스피커’다. 별도 함정에서 내부에 설치된 변환기를 이용해 전기를 초음파로 변환한 다음 무인 잠수정으로 보내는 것이다.
무인 잠수정에는 초음파 수신부가 있어야 한다. 수신부가 외부에서 온 초음파를 받으면 표면에 있는 여러 겹의 박막이 초음파의 진동 때문에 미세하게 움직이며 마찰전기가 만들어진다. 바로 이 마찰전기를 각종 전자장치 구동에 실시간으로 쓰거나, 수신부와 연결된 배터리에 충전하면 된다.
초음파를 이용한 이 같은 무선 충전 기술이 상용화하면 무인 수중 장비 대부분에 적용할 수 있다. 먼 바다나 심해에서 특정 목적으로 투입하는 수중 드론도 ‘끊김 없는’ 임무 수행이 가능해진다. 비단 무기뿐 아니라 재난·재해 등으로 물 속에서 긴급하게 또는 지속적으로 전기 공급이 필요할 때도 요긴하게 쓰일 기술이다.
초음파 배터리 충전은 사실 잠수정보다 심장박동기용으로 먼저 연구돼왔다. 건강한 심장은 내부에서 자동으로 전기 자극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전기 자극이 규칙적으로 심장을 수축시켜 피를 내보내게 하는데, 이 움직임이 박동이다. 만약 전기 자극이 원활하게 발생하지 않으면 피를 보내는 횟수가 줄기 때문에 어지럽고 숨이 차고 심할 땐 기절하기도 한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대개 인공적으로 전기 자극을 만들어내는 심장박동기를 몸 안에 넣어준다.
인공 심장박동기 내부에는 충전된 배터리가 들어 있는데, 수명이 5~10년 정도다. 이 기간이 지나면 기계를 교체하기 위해 또 수술을 해야 하니 환자 부담이 크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고자 의공학계에선 초음파 충전 기술을 이용해 교체할 필요가 없는 인공 심장박동기를 개발하고 있다. 무인 잠수정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작은 수신기를 심장박동기 내부에 설치하고, 몸 밖에서 들어온 초음파를 받아 마찰전기를 만들어내게 하는 원리다. 환자가 자신의 심장 근처에 초음파 발생기를 갖다 대면 박동기가 스스로 발전과 충전을 하는 것이다.
전기로 작동하는 다른 이식형 의료기기에도 이 기술이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통증이나 근육 떨림 같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뇌에 전기자극기를 삽입하는 경우가 있다. 이 역시 내부 배터리가 수명(4~5년)을 다하면 교체해야 한다. 향후 초음파로 충전이 가능한 뇌 전기자극기가 개발되면 파킨슨병 환자들도 뇌 재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
초음파로 충전하는 수중 장비나 의료기기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에너지 변환 효율이다. 100 만큼의 전기에너지를 초음파로 바꾸면 일반적으로 30~40 정도가 손실된다. 그 초음파의 진동을 전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또 에너지를 잃어버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0 만큼의 전기에너지를 초음파로 바꿨다 다시 변환하면 최종적으로 쓸 수 있는 양은 1이 채 안 됐다. 효율이 1% 미만이란 얘기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는 최근 200밀리와트(mW)의 전력을 초음파로 바꾼 다음 깊이 6cm의 물 속에서 8mW를 충전하는 데 성공했다. 에너지 변환 효율을 4%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8mW는 LED 전구 200개를 동시에 켤 수 있는 전력량이다. 효율 향상의 비결은 초음파 수신부에 있다. 연구진은 초음파의 진동에서 가능한 많은 전기에너지를 회수하도록 소재를 개량했다. 여기에 전기에너지를 초음파로 바꾸는 변환기까지 개선하면 효율이 10% 이상으로 뛸 거라고 연구진은 전망하고 있다. 센터의 송현철 책임연구원은 “전파로 무선 충전이 어려운 환경에선 초음파가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반도체 생태계의 진화
<2>안 아프고 100세까지
<3>어디서나 전기 쓴다
<4>AI 대 AI, 인간 대 AI
<5>통신, 경계가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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