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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황정민이 그려낼 욕망의 폐허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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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배우 황정민이 정통의 맛을 묵직하게 구현한다. 인간의 욕망과 죄책감 속에서 허덕이는 고전이 현대적인 연출로 구성돼 관객들에게 '멕베스' 고유의 완성도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1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과 연출 양정웅이 참석했다. 양정웅은 한국적 정서를 가미한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제 10회 그단스크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대상을 연출가다.
먼저 양정웅 연출가는 '맥베스'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개인적으로 20년 만에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이다. 2004년, 동양적인 시도를 한 적 있었다. 원작보단 재해석인 시도였다. 이번에는 정통에 가깝게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대사와 비극을 현대적인 미쟝셴과 함께 멋있게 만들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황정민은 2018년, 2022년 연극 '리차드 3세' 이후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맥베스'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두 번째로 하게 됐다. 극중 황정민은 전장을 휩쓸며 승전을 이끈 용맹한 장군 맥베스를 원캐스트로 소화한다. 맥베스는 탐욕으로 파멸에 다다른다. 황정민은 "쉽게 말하자면 구청장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는 이야기다.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 이 탐욕의 끝을 보게 되며 터널을 뒤돌아본다. 하면 할 수록 재밌다. 수백 년 전 셰익스피어가 집필해 관객들과 소통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다. 그렇기에 화두에 오르고 예술인들이 계속 공부를 하는 것 같다"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그렇다면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왜 '맥베스'일까. 황정민은 "수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오마주하고 다시 재창작한다. 수많은 작품의 레퍼런스다. 그만큼 함축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들보다 이 작품은 2시간 가량 소요된다. 그만큼 '글빨'이 좋았다. 후배들이 해석할 거리가 많다. 당연히 해보고 싶었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김소진은 극중 맥베스가 왕위를 차지하도록 부추기는 레이디 멕베스 역을 맡았다. 그는 덩컨 왕이 죽은 후 권력을 차지하지만 죄책감에 빠져 고통스러워 하는 인물이다. 송일국은 맥베스의 부관이자 동료인 뱅코우를 맡았다. 그는 마녀들에게 본인의 자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되지만 맥베스의 욕망으로 인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송일국은 연극 대사를 빌어 '용기를 행동으로 옮기는 지혜를 가졌다'라고 언급, 캐릭터를 설명했다. 연출진이 꼽은 가장 높은 싱크로율의 주인공이라는 설명에 "과찬이다. 오히려 그 멋진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살부터 빼야 한다"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이처럼 화려한 캐스트가 눈길을 끈다. 양 연출가는 "세 배우의 팬이다. 황정민이 '맥베스'를 너무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에 황정민이 너무나 최적이라고 생각해 캐스팅했다. 김소진은 다른 무대에서 보며 우아하고 멋진 배우라고 느꼈기에 꼭 같이 하고 싶었다. 송일국은 추천을 받았는데 이름을 듣는 순간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올곧은 면이 어울린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타이틀 롤을 맡는 부담감을 묻자 황정민은 "늘 부담이 있다"면서도 "연극은 제 개인적으로 힐링을 하는 시간, 공간이다. 너무나 행복하다. 영화 찍을 때도 행복하지만 또 다른 결이다. 오롯이 배우로서의 행복감, 관객들과 소통은 매회마다 느낌이 다르다. 부담이 있지만 관객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 그래서 부담이 덜 되기도 한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황정민은 전작 '아수라' '서울의 봄'에서도 욕망을 쫓는 인물을 맡았던 터다. 황정민은 "감독들의 레퍼런스가 되는, 백과사전 같은 작품이 '맥베스'다. 김성수 감독님이 저의 '맥베스' 캐스팅을 너무 좋아하셨다. 하면 할 수록 어렵다. 욕망이 가득한 인물들을 해왔고 멕베스는 또 다른 욕망을 보여줘야 한다. 어떤 식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할까. 스스로 기대가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소진은 호흡에 대해서 "배우들 모두 다 열과 성을 다해서 집중력 있게 연습에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저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더불어 든다"라면서 "이런 상태로라면 좋은 결과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가 된다"라고 말했다. 완성도 높은 연출과 창의적인 시선으로 관객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다는 자신감이 함께 덧붙여졌다.
특별하게도 셰익스피어의 또 다른 작품인 '햄릿'이 오는 6월 먼저 관객들을 만난다. 이를 두고 황정민은 "경쟁이지만 또 다른 공부가 된다. 관객들이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다"면서 "최근뮤지컬은 활성화됐지만 연극은 정확하게 다뤄지는 작품이 많이 없다. 고전극을 하는 이유는 어렸을 때 선배님들이 하는 연극을 보고 자라며 공부했다. 요즘엔 고전극을 하는 자리가 많지 않다. 솔직히 전혀 없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가 하자'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고전극을 정말 재밌고 친숙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며 시작하게 됐다"라고 전하며 무대를 향한 애정을 톡톡히 드러냈다.
송일국은 "국립극장이 저의 첫 연극 공간이다. 제 배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다. 제 인생작이 '햄릿'이다. 마지막이 목놓아 울었다. 노배우들이 빈 객석을 떠나는데 배우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 빈 객석을 봤을 때의 설렘, 긴장이 짧은 시간에 지나가며 한참을 울었다. 저는 발을 딛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영광스럽다"라고 격한 소회를 전했다.
그런가 하면 제작사 대표는 황정민의 아내이기도 하다. 최근 황정민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아내에 대한 절절한 애정을 드러내 '사랑꾼'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황정민은 "울컥한 것일 뿐 울지 않았다. 아침에 대판 싸웠다. 농담이다"라면서 "동반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다. 함께 작품을 대할 때 너무 행복하다. 어떻게 더 풍성하게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같은 예술가로서의 이야기를 한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힘이 되고 용기가 생긴다. 연극은 샘컴퍼니의 김미혜 대표가 저를 내치지 않는 이상 계속 할 것"이라면서 아내를 언급했다.
한편 '맥베스'는 오는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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