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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인 줄 알았는데 암이 아니라고요?

입력
2024.05.12 22: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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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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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암을 자연요법으로 치유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검증되지 않은 말이기에 귀가 얇은 사람은 그대로 믿을 수 있어 조심해서 들어야 한다. 암의 사전적 의미는 생체 조직 내에서 무제한으로 증식하는 미분화 세포로 구성돼 악성 종양을 만드는 병이다. 궁극적으로 주위 정상 조직이나 기관을 침범하거나 다른 기관에 전이해 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암을 진단할 때는 우선 단순 X선 검사, 초음파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 같은 영상 검사로 암이 의심되면 세침(細針) 검사, 내시경검사, 수술적 생검을 통한 조직 검사에서 암세포가 보여야 비로소 암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 검사에서 ‘암이 의심된다’는 것을 성급히 암이라고 믿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병리과 의사가 현미경으로 암세포를 보고 조직 검사 결과지를 작성하기 전까지는 암이라고 할 수 없다.

암으로 착각할 수 있는 염증성 질환이 있기에 반드시 조직 검사가 필요한 것이다. 치료가 시행되지 않는 한 암은 크기가 작아질 수 없으므로 단기간 내에 영상 검사를 다시 시행해 크기가 줄었다면 염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염증보다는 암이 더 의심되면 경과 관찰만 하기보다 수술적 생검으로 암인지 염증인지를 빨리 판단해야 할 때도 있다.

필자가 전공의 시절 아버지께서 목에 이물감이 느껴져 후두경 검사를 해봤는데 혹 같은 게 보인다고 해서 조직 검사를 시행했다.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암일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최종 결과가 염증이라고 나오는 순간 안도의 울음을 터뜨린 기억이 난다.

10년 전쯤 필자도 목에 혹 같은 게 만져져 혹시 암이 아닐까 걱정돼 초음파검사를 했는데, 경험이 많은 영상의학과 교수가 이건 암이 아닌 것 같고 지켜보면 없어질 거라고 하는 말하는 순간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실제로 얼마 후 몽우리가 없어졌다.

필자가 진료를 보는 폐암도 암과 염증이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최근 주목을 받는 간유리음영(ground glass opacity)은 조기 폐암인 경우가 많지만 일시적인 폐렴으로 인한 간유리음영일 때도 드물지 않다. 간유리음영이 있다는 결과를 들은 환자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암일 수 있다는 것을 보고는 암일 것이라는 걱정을 잔뜩 한 상태로 진료를 보러 온다.

기존에 촬영한 CT가 한 달 이상 지났다면 다시 한번 당일 CT를 촬영해 바로 비교해서 보여드리는데, 간유리음영이 사라진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환자들은 암이라는 걱정이 사라지는 순간 얼굴 표정이 밝아지면서 감사하다며 진료실을 나선다. 간유리음영만이 아니라 고형 암이 의심될 때도 결핵성 육아종 같은 염증성 결절이 암과 헷갈릴 때가 있다. 이 경우 염증이 더 의심되면 일정 기간을 두고 다시 한번 CT를 촬영했을 때 크기가 줄었다면 염증으로 생각하고 지켜볼 수도 있다. 암이 의심되면 세침 검사나 수술적 생검으로 조직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이처럼 조직 검사에서 암세포가 나타나지 않으면 암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영상 검사만으로 암이라고 걱정하기보다 세침 검사나 조직 검사 후 결과지를 통해 암이라는 것을 확진하고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물론 암이 의심되면 걱정이 앞서 잠도 이루지 못하고 패닉 상태가 될 수 있다. 간혹 환자가 암으로 단정하고 자포자기해 치료를 포기할 때가 있는데, 정확한 조직학적 진단을 받아보면 암이 아닐 때도 종종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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