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생중계 중이던 유튜버, 평소 갈등 빚던 유튜버에 살해당해

입력
2024.05.09 17:42
수정
2024.05.09 17:48
12면
구독

3년간 상호 비방,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9일 오후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이날 오전 부산법조타운 인근에서 유튜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가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이날 오전 부산법조타운 인근에서 유튜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가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 생중계를 하던 유튜버가 도심 한복판에서 자신에게 앙심을 품은 다른 유튜버의 흉기에 찔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살해 용의자는 도주 중 붙잡혔다.

9일 부산 연제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쯤 50대 유튜버 A씨가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 종합청사 건너편에 있는 법조타운 앞에서 또 다른 50대 유튜버 B씨를 흉기로 찔렀다. B씨는 심정지 상태에서 응급 처치를 받은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1시 4분쯤 숨졌다. A씨는 범행 직후 차량을 타고 달아났으나 오전 11시 35분쯤 경북 경주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이날 오전 11시쯤 부산지법에서 열린 폭행 사건 재판에 각각 피고인과 피해자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3년 가까이 서로에 대한 비방과 폭행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두 사람은 지난해부터 자신을 비방하고 모욕한다는 이유 등으로 서로 수십 건의 고소장을 냈다”고 말했다. A씨는 범행 전날 부산의 한 마트에서 길이 30㎝가량의 흉기를 구입하고, 차량도 미리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B씨는 이날 경기 오산에서 열차를 타고 오전 9시쯤 부산역에 도착했다. B씨는 열차에서 내려 사건 현장인 부산법원 인근까지 이동하는 모든 장면을 자신의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생명 걸고 방송한다, 미행 붙었는지 잘 봐야 한다”면서 자신의 유튜브 구독자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눴다. 자신이 집행유예 기간이라 폭행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도 있었고 A씨가 처벌을 받아야 하는 이유 등을 적은 문서를 법정에서 읽겠다며 보여 주기도 했다.

B씨는 “재판 참관을 위해 1시간 전에 (법정) 제일 앞에 앉겠다”며 법원으로 걸어가던 중 법원 앞 건널목 근처 주차장에 숨어 있던 A씨로부터 습격을 당했다. B씨가 흉기에 찔리면서 카메라를 놓쳤는지 영상은 찍히지 않았지만 “하지 마. 아, 아, 아” 하는 비명소리가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흉기에 찔려 쓰러진 B씨를 본 시민들은 놀라 신고를 하거나 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각각 평소 자신의 일상이나 노래 등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왔고, 구독자는 수천 명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후 달아났던 A씨는 검거 후 자신의 유튜브에 “마지막 인사 드린다, 경주에서 검거됐다, 바다를 못 본 것이 조금 아쉽고 그동안 고맙다”면서 “타인의 행복을 깨려는 자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저의 행동은 제가 책임지겠다”는 글을 올렸다.

경찰은 A씨를 연제경찰서로 압송해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튜브상에서 서로 비방하는 과정 등이 누적되면서 생긴 악한 감정을 현실에 표출하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