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2학년 '체육' 과목 분리 추진에… 학부모 '환영', 교사는 '글쎄요'

입력
2024.05.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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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교과 추진 학부모·교사 의견 분분
찬성 측 "비만, 기초체력 저하에 대응"
반대 측 "교사가 다 책임지는 구조부터"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성초등학교 늘봄학교 체육프로그램 현장을 방문해 아이들과 배구 수업을 받고 있다. 뉴스1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성초등학교 늘봄학교 체육프로그램 현장을 방문해 아이들과 배구 수업을 받고 있다. 뉴스1

"애들 운동량도 부족한데, 체육 수업 늘면 좋을 것 같아요."(학부모)

"체육수업 중 학생이 다치면 교사가 다 뒤집어쓰는 구조인데, 이걸 먼저 해결해야죠."(일선교사)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최근 초등학교 1·2학년의 체육 교과 분리를 의결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체육 활동 확대를 둘러싼 반응이 엇갈린다. 그동안 초등 저학년은 '즐거운 생활'이라는 통합교과를 통해 음악·미술·체육 교육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신체활동이 별도 과목으로 분리되는 것이다. 체육이 별도 교과로 분리되는 것은 5차 교육 과정인 1989년 이후 35년 만이다.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비만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학생 건강을 더 챙기겠다는 취지다.

"체육 수업 많으면 좋잖아요"

지난달 30일 오전 대구 진월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2024 진월꿈나무 한마음체육대회 줄다리기 경기에 출전한 학생들이 힘을 모아 줄을 당기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오전 대구 진월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2024 진월꿈나무 한마음체육대회 줄다리기 경기에 출전한 학생들이 힘을 모아 줄을 당기고 있다. 뉴스1

따로 돈을 들여 태권도 등 체육 사교육까지 시키는 학부모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사실 학부모들이 체육 교과 분리에 찬성하는 이유는 높은 사교육비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85.2%였다. 이중 67.8%가 '예체능, 취미·교양' 사교육이고, 특히 45%는 체육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0)씨는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아이에게도 좋지 않겠나"라며 "운동 선수를 할 게 아니면 학교 체육 수업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흉흉한 사건 탓에 아이들이 마음 놓고 바깥 활동을 하기 힘든 요즘, 학교 울타리 안이라면 안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학부모 이모(42)씨는 "학교 끝나고 아이가 집에 오면 학원 가는 시간 외엔 밖에 잘 내보내지 않는다"며 "안전한 곳에서 아이가 뛰어 놀 수 있으면 마음이 놓일 것 같다"고 했다.

교사들 "사고 발생하면 전부 우리 탓"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9차 국가교육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9차 국가교육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교사들 생각은 다르다. 체육 수업을 확대할 제도적·환경적인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이 모두 교사에게 돌아온다고 걱정한다. 일선 교사들은 ①체육 수업 시수 및 시설 문제 ②책임 소재 ③교사 인력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초등교사 7,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98%가 '체육 교과 분리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3년 차 교사 이모(28)씨는 "5·6학년은 1~4학년이 없는 시간만 체육관을 쓰고, 1~4학년은 하교 전인 오전에만 써야 하는 문제로 일정이 꼬일 때가 많다"며 "체육은 단순히 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아 이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당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야외 활동을 하는데 학교가 선크림 공지를 하지 않았는데,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나"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안전 사고에 따른 책임 소재는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다. 지난해엔 정년을 1년 앞둔 경기 용인시의 고교 체육교사가 고소를 당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이 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공을 맞은 학생이 크게 다쳤는데, 피해 학생 측이 체육교사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다.

7년 차 교사 박모(36)씨는 "학생이 다치기라도 하면 교사가 온전히 책임을 지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며 "학생을 지도하다 보면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모든 위험을 교사가 부담하는 느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 허모(40)씨도 "체육은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고, 꼭 필요한 시간"이라면서도 "학교에서 체육 전담교사보다 외부 강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체육 교과를 단순히 운동하는 시간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건강·안전·보건 등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교과로 안착시킬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이라며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책임 소재에 대한 매뉴얼을 세우고, 교사 보호를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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