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 있을 유전자 이야기.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혁신과 도약으로 머지않아 펼쳐질 미래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전성시대를 앞서가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한 소개와 관련 지식을 해설한다.
일부 암에서 유전자 변이 확인
특이 단백질 겨냥, 백신도 주목
췌장암, 흑색종에서 효과 기대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는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유명한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은 의학 분야 선천성 유전 질환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특히 자주 인용되곤 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암 연구 분야에서도 빈번하게 인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암은 간암, 위암, 췌장암, 대장암처럼 암이 어디에 발생했는지에 따라 불리고 있지만, 사실은 이러한 해부학적인 기본적 분류 방법 외에도 별도의 추가적인 기준들이 활용되고 있다. 각 환자의 암은 해부학적으로도 더 세분돼 있을 뿐 아니라, 관련된 유전자들의 특징에 따라 매우 다양한 종류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가령 유방암의 경우 BRCA1 혹은 BRCA2 유전자 염기서열에 발생한 변이가 원인인 유방암이 있고, HER2 유전자가 과발현되고 있는 유방암이 있으며, ER 유전자 발현에 이상이 있는 유방암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각각의 유전자에만 이상이 있을 수 있고 다른 경우에는 여러 유전자에 동시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는데 각각의 상황에 따라 질병의 예후나 치료 방식도 달라지곤 한다.
또한 폐암의 경우 EGFR 유전자 염기서열의 변이가 잘 알려져 있는데, EGFR 유전자의 몇 번째 염기서열이 변했는지에 따라 그 변화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 항암제들이 성공적으로 잇달아 개발되고 상용화되면서 항암제 신약 산업을 이끌어 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떤 암은 어떤 유전자의 이상이 원인이라든가 혹은 나아가 어떤 유전자의 몇 번째 염기서열의 변이가 원인이라는 식으로 일대일로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렵다. 그런 암은 실제로 매우 드물며 어렵게 원인이 알려졌어도 그에 맞는 전용 항암 치료제는 불행히 대부분 없다.
유방암 환자의 일부, 폐암 환자의 일부만이 위에서 본 사례에 부합하게 되며 그래야만 개발에 성공한 신약들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유전자의 개수와 각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의 숫자들을 생각하면 모든 발암 원인 유전자 변이에 대한 표적 항암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개별적인 각개격파 방식 대신 인체가 가지고 있는 면역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암을 치료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항체 치료제들과 함께 최근에는 항암 치료 백신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에서 암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원래 본인의 정상세포 유전자에는 없던 염기서열이 생길 수 있는데, 그 결과 암세포만의 특이적인 단백질 항원 표식이 생길 수 있다. 이때 만일 이러한 암세포 특이적인 단백질 항원 표식에 대해 환자 본인의 면역 시스템이 활성화된다면 암의 진행을 막거나 암이 완전히 치료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암 환자가 각자 다른 이유로 암이 발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모든 암 환자에게 공통적인 암 특이적 항원 표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 환자에게만은 활용이 가능할 수 있는 항원 표식을 찾아 환자에게 적용하는 치료 방식을 항암 치료 백신이라고 부른다.
독감이나 코로나19 백신처럼 일반적인 백신은 주사를 맞고 훗날 진짜 항원이 들어왔을 때를 대비하는 예방 목적의 백신이지만, 치료 백신들은 지금 내 몸에 있는 항원에 대해 면역 시스템을 각성시킴으로써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이미 몸 안에 있는 암세포의 항원에 대해 활성화되지 않은 면역 시스템을 다시금 활성화하고 각성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들이 필요하긴 하지만 췌장암이나 흑색종 등에서 가능성이 높은 임상 시험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으므로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 백신 개발에 새로운 기대를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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