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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믿고, 꿈을 이룬 사람들

입력
2024.05.0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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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꿈과 창작, 공감각의 예술- 2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는 꿈을 모티브로 'Yesterday'와 'Let It Be'를 작곡했다. 그는 "꿈을 믿는다"고 했다. wikimedia.org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는 꿈을 모티브로 'Yesterday'와 'Let It Be'를 작곡했다. 그는 "꿈을 믿는다"고 했다. wikimedia.org

(이어서)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자신의 꿈-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왕성하고도 천재적인 작곡가 베토벤도 자신처럼 꿈을 꾸는 자였으리라고 주장했다.
현대 신경학자들은 눈과 귀가 대뇌피질에서 함께 작동하며 시각적 감각과 음악적 감각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꿈에서 경험한 시각 감각이 어떤 이에게는 청각적 인상으로 ‘번역’될 수 있다는 의미다.

비틀스의 ‘Yesterday’도 21세의 폴 매카트니가 잠(꿈)에서 깬 뒤 침대 옆 피아노로 단 1분 만에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매카트니는 “모든 게 완벽하게 머릿속에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너무 쉬웠다.(…) 나는 꿈을 믿는다”고 말했다. ‘Let It Be’ 역시 그가 14세 때 숨진 어머니 메리가 어느 날 꿈에 나타나 한 말이었다.

영국 록밴드 ‘퀸’의 기타리스트 겸 천체물리학자인 브라이언 메이는 1974년 간염으로 고열에 시달리며 꿈속을 헤매던 중 인류 종말을 예언하는 선지자를 만나 ‘The Prophet’s Song’을 지었고, 싱어송라이터 스팅은 첫 부인과 이혼한 직후 카리브해 휴양지에서 잠을 자다 일어나 머릿속을 맴돌던 곡과 가사로 불과 30분 만에 1983년 히트곡 ‘Every Breath You Take’를 지었다.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의 ‘데커 시리즈’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에겐 죽음의 추상적 이미지가 푸른빛의 구체적 색감으로 감각된다. 그는 외상으로 머리를 다친 뒤 성격 변화와 함께 ‘모든 것을 기억하는’ 기이한 능력을 지닌 형사다. 공감각의 세계는 꿈만큼이나 미지의 영역이지만 누군가에겐 현실처럼 친숙한 세계일지 모른다.

낯설고 새로운, 이왕이면 멋진 세계가 우리 안에 있다는 상상과 예감이 우리를 꿈꾸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면, 꿈을 이룬다는 말은 꿈을 잃지 않은 이들에겐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여전히 직설일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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