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4월 이후 통화 정책의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며 금리인하가 더 늦어질 것이란 점을 강력히 내비쳤다.
달라진 것은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 국내의 1분기 깜짝 경제성장, 중동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세 가지다. 이 모두 국내 금리인하를 막는 요소들이다. 이 중 국내 1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두 배 이상 넘어선 1.3%를 기록하며, 지난해 한 해 성장률 1.4%를 석 달 만에 거의 달성한 것은 좋은 소식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성장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의문이다. 당장 3월 산업활동동향은 전달에 비해 2.1% 감소해 49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다. 건설과 설비 투자 등의 부진이 직접 원인이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성장률의 허상이 다시 한번 드러난 통계다. 또 물가가 계속 불안한 상황을 고려하면 1분기에 보여준 내수 회복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위태로워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늘어나면서, 내수 역시 살아나는 모습이지만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회복세가 더디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어 물가 안정과 연간 경제성장률이 2%대 초중반을 기록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내수 회복세를 높이기 위해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수출과 금리가 내수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의 수출 상승세가 현재 내수 회복에 반영되고 있는데 올 하반기 금리를 인하할 경우 내년 상반기에도 내수 회복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하 연기와 중동의 불안으로 최선의 시나리오 실현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한다면 가계 기업 정부가 겪어야 할 고통도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정부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저신용 가계 등 금리 취약 계층에 대한 맞춤 지원을 강화해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한계 산업과 한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1분기 깜짝 성장은 초봄 너무 일찍 피어버린 꽃망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