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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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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미국 행정부 내에서 가장 치열했던 논쟁은 지미 카터 대통령 당시다. 대통령과 관료들의 싸움은 2년을 끌었다. 월남전 패전으로 반전여론이 득세한 정치 환경에서 카터는 후보 시절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내걸어, 임기 내내 관철시키기 위해 애썼다. 반면 외교와 국방 라인은 한반도와 주변 정세 불안정을 이유로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맞섰다. 미 워싱턴포스트의 돈 오버도퍼는 저서 ‘두개의 한국’에서 ‘대통령의 의지에 도전하는 전투’라고 평가했다.
□ 앞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71년 베트남과의 평화협정 체결 후 여론 무마를 위해 6만 주한미군 가운데 2만 명 규모의 7사단을 철수시키는 일방적 결정을 내렸다. 카터 공약은 그 연장선에 있었다. 카터와 관료의 줄다리기 와중에 국가안전보장회의 정보분석관은 기존 추정보다 훨씬 증강된 북한 전력에 대한 새 보고서를 내놓아 철군 흐름을 바꿨다. 카터는 관료들의 조작이라 의심했지만 말이다. 카터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수백 명 감축으로 후퇴했고, 레이건 행정부에선 그마저 취소됐다.
□ 미국은 미군이 '용병'으로 인식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다. 해외주둔국이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에서 미군 봉급이 나가지 않는 이유다. 카터나 닉슨처럼 국내 여론과 정치문제가 아니라 더 많은 방위비를 제공받기 위해 미군 철수론을 내세운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방위비 협상카드로 썼다. 트럼프는 2018년 12월 한미 협정 만료를 앞두고 철군을 위협하며 10억 달러도 안 되는 우리 방위비 분담금을 ‘자국 비용에 50% 추가’, 즉 50억 달러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한미 관료들이 다 깜짝 놀랐다.
□ 카터의 주한미군 철수 결심에 뚜렷한 이유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방위비 증액 또한 타당한 계산법은 없다. 단지 더 많은 돈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용 블러핑이다. 재선 도전에 나선 그가 지난달 30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부자나라 한국이 미국을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고 했다. 동맹 개념이 없는 비즈니스맨의 무임승차론이 또 터무니없는 계산서를 들이밀기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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