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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맘과 정치9단의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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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 업을 하다 보면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어, ○○○○들이 너무 많아.”
방탄소년단(BTS)을 탄생시킨 하이브(의장 방시혁)와 자회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진흙탕 싸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을 찬탈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 대표는 하이브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워 쫓아내려 한다고 반박한다. 판세를 뒤집은 건 지난달 25일 민 대표의 2시간 기자회견이었다. “지질하게 랜덤 포토카드 팔지 말라”며 K팝의 민낯을 고발한 건 평가할 만하다. “기자님들, 없는 사람들도 좀 생각해 주세요”라고 할 땐 스스로도 돌아봤다. 다만 아무리 억울한 게 많아도 공식 기자회견에서 반복해 욕을 한 건 듣는 이들에게 거부감을 줬다. 학생들은 물론 해외에서도 지켜봤다. ‘개저씨’ 같은 비속어가 없었다면 진정성과 설득력은 더 컸을 것이다. '뉴진스 맘'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은 박병석 전 국회의장까지 거론하며 "윤석열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도 비방했다. 총선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로 5선 의원이 된 그는 ‘정치 9단’으로 불린다. 국회의장까지 노린다는 그가 방송에서 품격과 모범을 보이긴커녕 욕을 한 건 귀를 의심하게 한다. 아무리 지지율이 저조해도 국가 최고지도자까지 싸잡아 비난한 것도 선을 넘었다.
□ 어느 날 부처님에게 한 도사가 찾아와 욕을 퍼부었다. 자신의 제자가 부처님에게 귀의하자 화가 났다. 잠자코 듣던 부처님은 “손님에게 낸 음식을 손님이 안 먹으면 누구의 것이냐”고 물었다. 도사는 주인 것이라고 답했다. 부처님은 “욕도 마찬가지”라며 “나는 당신의 욕을 받지 않았으니 그 욕은 당신에게 갔다”고 일갈했다.
□ 우리 사회의 욕설이 늘고 있다. 그만큼 부조리가 크다는 얘기겠지만 욕으로 해결되는 건 없다. 더 우려되는 건 민 대표와 박 전 원장의 욕설에 일각에선 환호와 지지를 보낸 대목이다. 분노의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이를 또 소비하며 이익을 취하는 사회를 정상이라 할 순 없다. 욕은 욕을 한 사람에게 돌아가듯 욕이 난무하는 사회는 결국 욕설 수준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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