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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맘과 정치9단의 욕설

입력
2024.05.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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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업을 하다 보면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어, ○○○○들이 너무 많아.”

방탄소년단(BTS)을 탄생시킨 하이브(의장 방시혁)와 자회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진흙탕 싸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을 찬탈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 대표는 하이브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워 쫓아내려 한다고 반박한다. 판세를 뒤집은 건 지난달 25일 민 대표의 2시간 기자회견이었다. “지질하게 랜덤 포토카드 팔지 말라”며 K팝의 민낯을 고발한 건 평가할 만하다. “기자님들, 없는 사람들도 좀 생각해 주세요”라고 할 땐 스스로도 돌아봤다. 다만 아무리 억울한 게 많아도 공식 기자회견에서 반복해 욕을 한 건 듣는 이들에게 거부감을 줬다. 학생들은 물론 해외에서도 지켜봤다. ‘개저씨’ 같은 비속어가 없었다면 진정성과 설득력은 더 컸을 것이다. '뉴진스 맘'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은 박병석 전 국회의장까지 거론하며 "윤석열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도 비방했다. 총선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로 5선 의원이 된 그는 ‘정치 9단’으로 불린다. 국회의장까지 노린다는 그가 방송에서 품격과 모범을 보이긴커녕 욕을 한 건 귀를 의심하게 한다. 아무리 지지율이 저조해도 국가 최고지도자까지 싸잡아 비난한 것도 선을 넘었다.

□ 어느 날 부처님에게 한 도사가 찾아와 욕을 퍼부었다. 자신의 제자가 부처님에게 귀의하자 화가 났다. 잠자코 듣던 부처님은 “손님에게 낸 음식을 손님이 안 먹으면 누구의 것이냐”고 물었다. 도사는 주인 것이라고 답했다. 부처님은 “욕도 마찬가지”라며 “나는 당신의 욕을 받지 않았으니 그 욕은 당신에게 갔다”고 일갈했다.

□ 우리 사회의 욕설이 늘고 있다. 그만큼 부조리가 크다는 얘기겠지만 욕으로 해결되는 건 없다. 더 우려되는 건 민 대표와 박 전 원장의 욕설에 일각에선 환호와 지지를 보낸 대목이다. 분노의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이를 또 소비하며 이익을 취하는 사회를 정상이라 할 순 없다. 욕은 욕을 한 사람에게 돌아가듯 욕이 난무하는 사회는 결국 욕설 수준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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