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명 가린 법무부 업무추진비 정보... 법원 "공개해도 무방"

입력
2024.05.0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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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수행과 직접 관련 없어"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뉴시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뉴시스

법무부의 '업무추진비' 세부 사용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사법당국의 직무수행에 직접적 관련이 없는 항목까지 공개하지 않은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공동대표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전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출납공무원, 가맹점 상호, 업종 정보에 대한 비공개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하 대표는 2022년 10월 "법무부 전 부서가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사용한 업무추진비 정부구매카드 사용 내역을 알려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법무부는 이를 거부하고, 행정심판을 거친 후에야 담당 공무원과 음식점 상호, 업종 구분 등 일부 항목을 가린 내역을 공개했다.

이에 하 대표는 "청구 정보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소송을 걸었지만, 법무부는 "범죄 수사 및 공소 제기, 형 집행 등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밀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장관 등 직원들이 이용한 음식점이 알려지면 영업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1심 법원은 하 대표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특수활동비와 달리 업무추진비는 사법당국의 특수 직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봤다. 기밀유지가 필요하다면 법무부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증명했어야 하지만, 막연히 '전부 비공개' 주장만 반복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재판부는 "법무부는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되면 기자나 유튜버 등이 음식점에서 대기하면서 비공개 대화를 엿듣고 보도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이라면 공개된 장소에서 논의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 그런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공개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음식점 정보 노출이 업주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법무부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무부 소속 공무원이 이용한 가맹점의 점주라는 정보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식당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발생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하 대표는 전날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법무부의 비밀주의 관행을 깼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민 세금을 썼으면 당연히 그 내역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상식을 (법원이)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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