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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사 때 수사해봐서 아는데"... 다변가 尹, 민감 현안 쏙쏙 피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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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분(윤석열 대통령) VS 15분(이재명 대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첫 영수회담에서 130분 동안 마주했다. 당초 예정보다 1시간을 뛰어넘었다. 늘어난 시간이 대화의 밀도를 높인 것은 아니었다. 회담 직후 민주당에서는 "윤 대통령이 비공개 회담에서 너무 많은 말을 길게 쏟아내 주요 사안에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번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끊지 않아 '다변가'로 알려진 윤 대통령의 말폭탄 화법에 말렸다는 얘기다.
공개된 장면에서 윤 대통령은 말을 극도로 아꼈다. 이 대표가 회담 테이블에 앉자마자 A4 용지 10장 분량의 작심 발언을 15분가량 쏟아낼 때도 고개만 끄덕이며 듣기만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조차 따로 없었다. 상황이 역전된 건, 비공개 회담에 들어가면서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언급한 12개 의제에 대해 폭포수처럼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다는 게 민주당 배석자들의 전언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모든 사안마다 여러 얘기를 섞어, 주변부 곁가지 얘기까지 하는 종횡무진 화법이었다"고 평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도 통화에서 "끼어들 틈을 찾기 쉽지 않을 만큼, 많은 얘기를 계속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윤 대통령 발언은 미리 준비했다기보다 '즉흥 설명'에 가까웠다는 게 민주당 인사들의 느낌이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민생현안(△방송장악 △민생지원금 △R&D 예산 삭감 △의료개혁 △연금개혁) 순서대로 윤 대통령은 답변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진 정책위의장은 "의제마다 대통령 설명이 너무 길었다"면서 "대통령 입장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다음 의제로 넘어가야 했는데 (시간이 한정돼 있는 만큼) 6개 주제 정도까지 다룰 수 있었고 (앞 순위로 다뤄진 건) 주로 민생사안이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상당 시간을 할애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시절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 사회적 참사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경험을 일일이 언급하며 한계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서부지검이 이미 다 수사를 마친 상황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새롭게 나올 게 무엇이 있느냐",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직권남용으로 처벌까지는 어렵다"는 언급이 일례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배상과 보상 절차만 남아 있는 것 아니냐"며 유족들과의 만남에 별도의 입장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유족들을 만나는 게 제일 본질적 문제 같은데 핵심은 전부 피해 갔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윤 대통령 답변이 길어지면서, 회담 분위기는 급하게 마무리 수순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태원 특별법을 두고 대통령과 입장 차가 너무 커 그 대목에서 얘기가 많았다"며 "나중에 시간이 너무 없어 회담을 더 이상 끌어가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채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 입장을 듣기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야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고도의 시간 끌기 전략을 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진 정책위의장은 "(단지 시간이 모자랐다는) 선의로 이해하고 싶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 이렇게 서로 자기 할 말만 하고 헤어지는 회담은 없느니만 못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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