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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취재진 붙잡고 15분 간 원고 읽자 웃던 尹 표정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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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2년 만에 처음 열린 영수회담의 초반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날씨 얘기를 주제로 환담이 끝나고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양해를 구한 뒤 작심한 듯 미리 준비한 모두발언을 15분가량 쏟아냈다. 이에 환한 웃음으로 테이블에 앉았던 윤 대통령도 심각한 표정으로 이 대표 발언을 경청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2배 이상 길어진 회담이 시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4분쯤 용산 대통령실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인사를 나누며 회담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검은색 정장에 짙은 남색 넥타이,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자주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안내를 따라 집무실 앞에 도착한 이 대표는 환한 웃음과 함께 "아이고, 대통령님"이라며 기다리던 윤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윤 대통령은 악수를 청할 때 이 대표 팔을 감싸 안으며 친근감을 표했고, 이 대표가 앉을 의자를 직접 빼주며 안내했다. 여유를 보인 이 대표와 달리 뒤따라 윤 대통령과 악수한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표정엔 긴장감도 돌았다.
두 사람은 민주당 측 참석자 및 정 실장, 홍 수석, 이도운 홍보수석과 함께 원형 테이블에 앉았다. 윤 대통령은 "초청에 응해줘서 감사하다"며 "편하게 여러 하고 싶은 말 하자"고 운을 띄웠다. 이에 이 대표는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아주 좋은 것 같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저와 이 대표가 만나는 걸 국민들이 고대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에게 드릴 말씀 써가지고 왔다"며 정장 안쪽 주머니에서 A4 용지 여러 장으로 된 원고를 꺼냈다. 직접 취재진을 불러 세우면서 예상치 못한 장문의 모두발언을 한 것이다. "(여의도에서 용산까지) 오다 보니까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한 700일이 걸렸다"는 이 대표의 모두발언은 시작부터 공격적이었다. 이 대표는 발언 초반부에 "국민들이 혹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것 아닐까 걱정하는 세상이 됐다" "스웨덴 연구기관에서 (대한민국에 대해)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한다"며 윤 대통령에게 거북한 얘기를 꺼냈다. '민생' '채 상병 특검 및 이태원 참사 특별법' '의료 개혁' '외교'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담은 원고는 약 5,300자 분량으로, 10개에 달하는 요구 사안을 잊지 않기 위해 이 대표가 출력해 지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33회나 언급하면서, 총선 민심을 전달하는 자리라는 점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발언은 제 입을 빌린 국민들의 뜻이다' '민생이 어렵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 달라'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해 주면 좋겠다' 등 대목에서 6차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굳은 표정으로 이 대표 발언을 들은 윤 대통령 못지않게 이 대표나 배석자들 표정도 심각해 보였다.
반면 비공개 회담에서는 윤 대통령이 발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며 "85(윤 대통령) 대 15(이 대표) 정도 됐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회담은 양측이 주요 현안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당초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15분간이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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