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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n번방 변호사’ 낙인찍힌 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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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근 변호사는 2020년 7월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에 선정됐다. 직후 그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 조주빈의 공범으로 알려진 A씨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여론은 들끓었고, 장 변호사는 즉시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글을 남겼다.
동료 변호사들은 여론의 매정함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누구나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 무색해진다”고 했고, 이찬희 당시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변론한 게 아니라면 사퇴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현 전 변협 회장도 “변호사가 변호한 피고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불이익을 당한다면 심각한 변론권 침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만큼 업계 평판이 좋았던 변호사였다. 그로부터 4년. 장 변호사는 여전히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 사건 수임 계기가 궁금한데요.
“과거에 형사 사건으로 변호를 한 번 했던 친구였어요. 부모님이 찾아와 사건 의뢰를 부탁했죠. 대부분 의뢰인이 일회성인데 다시 찾아주니 감사했어요. 부모님도 사건 내용을 정확히는 몰랐고, 조주빈이나 n번방이란 이름이 등장하기 전이었죠.”
- 일단 수임을 하신 거군요.
“수임 후 접견을 갔죠. 이 친구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다 낚싯줄에 걸려들었더군요. 중대 범죄였지만 정상 참작 여지는 있다고 봤어요.”
- 당시 변론의 적절성도 문제가 됐던가요?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단지 조주빈의 n번방 공범을 변호했다는 사실 자체만 문제가 됐죠.”
- 당시 언론 인터뷰를 보니 ‘실어증 직전’이라고 하셨던데요.
“많이 충격받았죠. 평생 고액 수임료를 받은 적도 없고, 인터넷 광고도 하지 않고, 사무장도 없이 소박한 사건만을 맡아왔어요. 가성비 좋은 변호사가 돼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사회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살아왔거든요.”
- 그런데 왜 해명 없이 SNS에 사과 글을 남기고 사임하셨나요.
“지역(수원) 변호사를 대표하는 자격이었는데 이유 불문하고 제 역할을 못 하게 된 것에 대한 사과였어요.”
- 이 사건 이후 피해를 보신 것은 없나요.
“많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챗GPT를 해봤어요. ‘장성근’을 검색했더니 n번방 변호사가 나오더군요. 지금껏 수많은 사건을 변호했는데 아직도 이 사건 꼬리표가 붙는 게 속상합니다.”
- 스스로도 좀 달라지셨겠어요.
“이전에는 남들이 마다하는 사건을 제가 사명감을 갖고 맡아왔는데 그런 사건은 저도 거절하게 되더군요. 더 이상 휘말리고 싶지 않으니까요. 이런저런 핑계를 대죠.”
지금도 숱한 '장성근들'이 만들어진다는 우려에 장 변호사는 “모든 변호사가 사회 여론에 따라 경력 관리를 강요받으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의 자답은 이랬다. “극한 상황에 놓인 국민들이 변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을 거예요. 선임료가 올라가는 등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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