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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연금개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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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이 국정 핵심 '3대 개혁' 과제라면서도 '숫자 없는' 개혁안을 내고 국회로 결정을 떠넘긴 정부, 두 가지 대안을 시민대표 500명이 참여한 공론화에 부쳐 다수안을 도출한 국회, 이런 공론조사 결과를 비토하고 나선 정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시작된 연금개혁 추진 경과는 대강 이렇게 요약되겠지만, 다른 서사를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겠다. 이른바 '재정안정파'와 '소득보장파'로 갈린 연금전문가 그룹의 치열했던 공방전으로 말이다. 주지하다시피 전자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연기금의 필연적 고갈을 대비하는 쪽에, 후자는 심각한 노인빈곤 해소를 위해 연금 지급액을 늘리는 쪽에 각각 개혁의 방점을 찍는다.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면 2055년에 연기금이 소진될 거라는 재정추계 결과가 지난해 3월 발표된 이후, 양 진영은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전문위원회와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를 무대로 맞붙었다. 복지부 재정전문위원 12명과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 16명 가운데 7명이 겹칠 정도로, 두 진영은 대표 학자들을 총동원해 17년 만의 연금개혁 찬스를 그간 벼려온 뜻을 펼칠 기회로 삼고자 했다.
지난달 두 번의 주말에 양측 대표들이 시민대표단을 상대로 번갈아 강연을 한 건 '연금 전쟁'의 백미였다. 소득보장파는 '더 내고 더 받는'(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1안을, 재정안정파는 '조금 더 내고 그대로 받는'(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 2안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고, 시민대표 다수는 1안을 선택했다. 재정전문위 논의 단계에선 장외로 뛰쳐나와 여론전을 펼쳐야 할 만큼 수세에 몰렸던 소득보장파가, 국회의 공론조사 결정을 계기로 대역전극을 펼친 형국이랄까. 첫 설문조사에서 36.9%에 그쳤던 시민대표단의 1안 지지율이 학습 이후 50.8%, 숙의토론 이후 56.0%로 오른 것은 소득보장파가 그만큼 유세전에 공을 들였다는 방증이겠다.
연금개혁은 국회가 국민연금법에 개혁안을 반영해 의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공론화로 선택받은 1안이 개정 연금법에 고스란히 담긴다면 소득보장파의 최종 승리겠지만 장담은 어렵다. 복지부가 즉각 연금개혁 목표인 재정 안정을 오히려 저해할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고,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연금개혁을 차기 국회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이달 말 21대 국회 임기 종료 전에 연금개혁을 마무리하겠다던 연금특위 일정엔 먹구름이 끼었다.
숨고르기 시점에 연금개혁의 상반된 입장을 종합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신간이 눈에 띈다. 오건호의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전혜원 공저), 제갈현숙·주은선·이은주의 '국민연금 가치 선언'. 소득보장파 3인 저자는 국민연금은 보험이나 적금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젊은 세대가 낸 보험료를 곧바로 은퇴 세대가 안정된 노후를 꾸리도록 지급하는 게 공적연금의 본래 구조인데, 논의가 '돈 문제'(연금재정)에 치우쳐 그런 사회연대 기능을 살리지 못한다는 것.
오건호는 연기금 수지 전망에 비춰 미래 세대의 보험료 폭증은 기정사실인 만큼 현재 가입자 세대가 속히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거슬러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건 노인들은 당장 큰 혜택도 보지 못할 '연금 기득권의 논리'라는 것. 양측의 논쟁은 결국 연금을 둘러싼 '원칙론'과 '현실론'의 쟁투일 텐데, 책임윤리라는 저울에 달면 한쪽으로 기운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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