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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예방하고 진행 늦추는 식사법은?

입력
2024.04.28 20:50
수정
2024.04.29 23: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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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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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여성이 1년 전부터 복용하던 약을 여러 번 중복해서 과다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몇 시간 전에 들었던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 진료를 받아본 결과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일상생활이나 대화에 문제가 없었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도 모두 알아보았기에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는 93만5,086명(2022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901만545명)의 10.38%를 차지했다(대한치매학회). 유형별로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76.04%), 혈관성 치매(8.57%), 기타 치매(15.37%) 순이었다.

치매는 특정 질환이라기보다 기억·사고·결정 능력에 문제가 생겨 일상생활에 장애가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용어에 가깝다. 간혹 차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단어나 지인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것 같은 정상적 노화와 다른 질병이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단백질·타우(tau) 단백질 등 이상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 그 외에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터져서 뇌 조직이 손상돼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 신경세포 내에 생기는 비정상적으로 응집된 신경섬유 단백질 축적으로 인해 발생하는 루이체 치매, 뇌 앞쪽인 전두엽과 옆쪽 아래 측두엽에 국한된 병리적 변화로 인해 전두엽-측두엽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전두 측두엽 치매 등이 있다.

치매는 나이·가족력·머리 외상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인다. 또한 교정할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는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기저 질환과 음주·흡연·운동 부족·식습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중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식단과 식습관 변화로 어떻게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 항염증·항산화 효과가 있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물질 생성을 늘리는 식단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축적을 억제하거나 치매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세포 대사를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식단이나 식습관 자체가 당뇨병·비만·심혈관 질환 같은 알츠하이머병 위험 요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중해식 식단’과 ‘DASH 식단’을 혼합형 식단으로 하는 방식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중해식 식단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뇌 건강과 노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지중해식 식단은 지방을 적당량 섭취하되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피하고 등 푸른 생선·견과류·들기름·카놀라유에 많은 오메가3를 충분히 먹으며, 흰 빵과 흰쌀 섭취를 줄이고 섬유질이 풍부한 통곡류(보리·메밀·옥수수·수수·기장·귀리·통밀·현미 등)를 주로 먹으며, 항산화 물질·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채소·과일을 많이 먹는 게 특징이다.

한편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고혈압 예방·치료를 위해 제안한 식사 지침인 DASH 식사는 과일류·채소류·저지방 유제품 섭취를 강조하고 전곡·생선·가금류·견과류를 섭취하되 육류·당분·설탕이 적게 함유되도록 구성한 식단이다. 포화지방·콜레스테롤·지방 섭취가 적고 마그네슘·칼륨·칼슘·단백질·섬유소가 풍부한 식사이고 고혈압 환자에게서 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진이 1,000여 명의 퇴직자를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두 식사법을 모두 잘 준수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가 53%까지 줄었고, 두 식사법 중 하나만을 준수할 때보다 효과가 컸다.

개별 식품이 치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시금치·케일 등 푸른 잎 채소, 블루베리·체리 등 베리, 아몬드·호두·땅콩·캐슈너트 등 견과류, 올리브유·연어·청어·들기름의 오메가3, 브로콜리·콜리플라워 등의 십자화과 채소, 커큐민·겨자 등 향신료, 해바라기씨·호박씨·아마씨 등 씨앗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치매 예방 '특효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은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 식습관을 교정하고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치매 예방과 진행을 늦추는 유일한 방법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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