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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 역할·공간 전략 다시 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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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지방시대, 도서관에서 지역발전의 기회를 찾다’를 주제로 한국일보와 춘천시가 25일 춘천시립도서관 시청각실에서 개최한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미지답) 포럼에서 종합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공공도서관이 문화이벤트와 돌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 구성원 간 격차를 줄이는 소중한 자원”이라는 점에 공감을 표시했다.
곽승진 한국도서관협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박주옥 국립어린이청소년 도서관장은 “장난감과 잡지, 웹툰으로 주제를 특화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반다비 작은 도서관, 도시재생이 필요한 곳에 들어서는 도서관 등 춘천시의 전략은 현대 도서관의 역할 확대 측면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 관장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학교 밖 청소년, 수감자 자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서관의 역할을 주문했다. “엄청난 양의 지식정보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중산층 이상과 사회적 약자 사이 지식정보 격차를 도서관이 중심이 된 프로그램으로 메워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관장은 “지난 2022년 기준 전체 공공도서관 예산 가운데 장애인을 위한 예산은 1.18%에 그쳤고,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사업비는 0.89%에 불과했다”며 “이제라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서관) 공간구성과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공도서관에 대한 개념과 역할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도서관이 조용하고 경직된 장소가 아닌, 활기찬 삶을 즐기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철재 호서대 실내디자인학과 교수는 “커피, 팬케익 매장과 대형서점이 입점한 일본 다케오 시립도서관과 어린이 도서관뿐만 아니라 가나가와현 에비나 시립도서관, 미야기현 타가조 시립도서관 등이 대형 프랜차이즈와 협업하는 전략으로 명소가 됐다"며 "모두 시끄러워지면서 알려진 공간들로 국내 도서관도 벽을 허무는 오픈형 설계를 활용해 특정인이 점유하는 장소가 아닌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휴식과 체험, 취미활동을 제공하는 도서관은 직장과 가정에 이어 현대인의 ‘제3의 공간’이 돼야 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빅테이터를 활용, 세밀한 이용자 조사를 통한 한국형 도서관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홍렬 전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장서의 폐기를 포함한 공간과 역할 재구성 등 도서관 활성화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현대 도서관은 장서 열람과 학습 중심의 과거와 달리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면서 “포화상태에 이를 장서를 정리하는 등 공간의 재구조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새로운 역할을 채우기 위해선 어느 정도 장서를 비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전국 모든 도서관이 특화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린이 도서관을 짓는다며 성인을 위한 시설이 전혀 없는 곳이 여럿 등장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며 “'특화'라는 개념에만 빠져 한쪽 방향으로 설계하기 전에 지역주민이 어떤 주제와 프로그램을 선호하는지 의견을 묻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정보제공이 이뤄지는 디지털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적 요구에 맞춘 공간과 역할의 재구성도 중요하지만, 독서와 사색의 공간인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정보통신기술 진화로 정보를 전달할 여러 채널이 등장해 도서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한 뒤 “보존된 장서가 시간이 흘러 또 다른 가치를 갖게 될 미래를 생각해 신중히 정리해야 한다”고 단계적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이어 “책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져 현대판 분서(焚書)에 이른다면 도서관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는 헛된 울림이 되고 말 것”이라며 “기술발전 이면에 자리한 과제인 책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것 또한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이번 포럼은 독서와 문화활동, 돌봄의 장소이자 디지털 공간으로 거듭나려는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외로움의 반대말이 도서관이 될 수 있는 정부의 지자체의 각종 지원을 기대한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포럼을 방청한 춘천시민 김철주(47)씨는 “중소도시에선 가족단위 놀이공간이 부족한 만큼, 공공도서관이 방과 후 활동이나 영상제작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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