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당해 장애 판정에도 사회복지사 꿈꾼 30대... 5명 살리고 떠나

5명에 신장, 간, 안구 기증한 최성철씨
"남에게 도움 되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지난 2일 뇌사 장기기증으로 숨진 최성철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학창시절 학교 폭력으로 장애 판정을 받은 3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2일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 최성철(37)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좌우 신장과 간장, 좌우 안구를 5명에게 기증했다고 25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서울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난 최씨는 밝고 활발한 성격이었다. 어릴 때부터 남에게 양보를 잘하는 등 마음씨가 따뜻했다. 유년 시절엔 남을 돕는 소방관이 되고 싶어 했다. 학창시절 공부도 곧잘 하는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학교 폭력을 당한 후로 정신질환이 생겨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장애 판정을 받은 뒤로도 타인을 돕겠다는 꿈은 변하지 않았다. 최씨의 가족 등에 따르면 최씨는 장애로 타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만큼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사회복지사를 꿈꿨다. 건강이 좋지 않아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며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기도 했다. 최씨는 이달 가족과의 여행도 앞두고 있었다.

가족들은 최씨가 장애로 평소 자유로운 활동을 하지 못해 늘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장기기증으로 수혜자의 몸을 통해서라도 새로운 것을 보고 밝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최씨 어머니 김정숙씨는 "생전에 하지 못한 것 하늘나라에 가서 뭐든지 다 하길 바란다. 편히 잘 쉬라"며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기억돼 떠나서 고맙다. 내 아들 사랑한다"고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