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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천천히 일어나도 돼” 넘어진 이들에게 보내는 장미 향기

입력
2024.04.26 1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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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안 그림책 '장미 저택'

집주인 미미씨가 은둔한 후 장미 정원은 폐허가 돼버렸다. 창비 제공

집주인 미미씨가 은둔한 후 장미 정원은 폐허가 돼버렸다. 창비 제공

그림책 ‘장미 저택’ 속 집주인 ‘미미씨’에겐 뭔가 사연이 있다. 은둔하는 미미씨를 대신해 멧밭쥐 다섯 마리가 그의 장미 정원을 돌봐주러 오지만 두 계절이 지나도록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다. 한밤중 미미씨가 흐느끼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지만 멧밭쥐들은 왜 그러냐고, 대체 언제 밖으로 나올거냐고 묻지 않는다. 대신 직접 구운 빵과 따뜻한 차, 갓 따 온 장미를 방문 앞에 놓아둔다. 그리고 아름답기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폐허가 돼버린 미미씨의 장미 정원을 정성껏 되살린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미미씨. 한때 최고의 장미를 만드는 데 열중했던 미미씨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크고 멋진 장미를 보려면 올망졸망 맺힌 꽃봉오리를 솎아내야 하지만, 그는 작더라도 함께 꽃피도록 둔다. 그리고 마을 동물들을 초대해 축제를 벌인다. 수북하게 함께 핀 장미들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향기를 선물한다.

멧밭쥐들은 숨어 지내는 미미씨에게 따듯한 차의 온기와 장미 향기를 선물한다. 창비 제공

멧밭쥐들은 숨어 지내는 미미씨에게 따듯한 차의 온기와 장미 향기를 선물한다. 창비 제공

책은 미미씨가 좌절한 이유에 주목하지 않고 넘어진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충분히 회복할 때까지 곁에서 천천히 기다려주자고.

'장미 저택'은 김지안 작가의 전작 ‘튤립 호텔’과 이어지는 이야기다. 튤립 가꾸기에 탁월했던 멧밭쥐들은 이번엔 죽어가던 장미와 움츠러든 장미 주인의 마음을 되살려낸다. 튤립 호텔에서는 멧밭쥐와 개구리만 나왔지만 이번엔 더 다양한 동물들이 나온다. 그림책에서 보기 힘든 휠체어를 탄 멧밭쥐가 튤립 호텔에 묵어 반가웠는데, 장미 저택에도 놀러 왔다. 김 작가는 이 작품으로 2024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코믹스 부문 라가치상을 받았다.

마을 동물들은 작지만 함께 핀 장미가 가득한 정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창비 제공

마을 동물들은 작지만 함께 핀 장미가 가득한 정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창비 제공


장미 저택·김지안 지음·창비 발행·64쪽·1만6,000원

장미 저택·김지안 지음·창비 발행·64쪽·1만6,000원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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