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발명 보상금 못 받아"… KT&G 전 연구원 2조8000억 소송

입력
2024.04.24 17:42
수정
2024.04.24 19: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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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근 전 연구원 소 제기, 개인 사건 국내 최고액
회사 수익 및 특허 미출원 발생 불이익 등 산정
KT&G "적정한 보상금 지급"… 법적 대응 시사

24일 대전지법에 2조8,000억 원 규모의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곽대근 전 KT&G 연구원이 법률대리인인 대전 서구 둔산동 법무법인 '재유' 회의실에서 소송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대전=최두선 기자

24일 대전지법에 2조8,000억 원 규모의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곽대근 전 KT&G 연구원이 법률대리인인 대전 서구 둔산동 법무법인 '재유' 회의실에서 소송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대전=최두선 기자

KT&G 전 연구원이 세계 최초의 궐련형 전자담배 기술을 발명했지만,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수조 원대의 민사소송을 냈다.

곽대근 전 KT&G 연구원은 24일 대전지방법원에 KT&G를 상대로 2조8,000억 원의 직무발명보상금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단체·집단 소송을 제외하고 개인으로는 국내 최고액으로 알려졌다. 인지대만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곽씨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재유’의 강명구 대표 변호사는 2조 원이 넘는 청구 금액에 대해 “곽씨 발명으로 KT&G가 이미 얻었거나 얻을 수 있는 수익, 해외에 해당 발명을 출원·등록하지 않아 발생한 손실 등의 총액을 84조9,0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직무보상금 관련 판례의 기준을 적용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소장에 따르면 곽 전 연구원은 1991년 KT&G의 전신인 한국인삼연초연구소에 입사해 2005년 전기 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 개발을 시작했다. 그해 7월 담배를 직접 가열하는 발열체가 탑재된 전자담배 기기 시제품을 개발해 첫 특허를 출원했다. 이듬해 12월 발열체의 가열 상태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방식의 기기에 대한 특허를, 2007년 6월 이 기기에 적합한 스틱 특허를 각각 출원했다. 발열체와 기기, 스틱 등 전자담배 일체 세트 개발을 완성한 것이다. 곽 전 연구원은 이후 회사에 후속 연구를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10년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했다.

곽씨의 직무발명을 승계한 KT&G 측은 기술 중 일부를 국내에 출원했지만, 대부분의 직무발명을 권리화하지 않았으며, 해외 특허는 출원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 대표 변호사는 “곽씨가 세계 최초의 기술을 개발하고도 해외 특허가 없어 글로벌 유명 A담배회사가 2017년부터 내부 가열식 전자담배를 국내에 출시해 판매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곽씨 측이 회사 매출액뿐 아니라 회사가 해외 특허 출원을 하지 않아 발생한 불이익도 보상액 산정에 반영한 배경이다.

이에 대해 KT&G 측은 “해당 퇴직자에 대해 적법 절차를 거쳐 직무발명 관련 적정한 보상금을 지급했으며, 부제소 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약정)도 했다”고 밝혔다. 특허가 해외 등록됐으면 A사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개발하지 못했을 거란 곽씨 주장에 대해서도 “상업화를 장담하기 어려워 해외 출원은 하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 판매되는 A사 제품은 해당 특허를 사용하지 않았다. 1998년 이미 A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초기 모델이 출시됐다”며 반박했다. KT&G는 곽씨 측이 부당한 주장을 지속하면 법적 대응할 방침이다.

그러나 곽씨 측은 “퇴사 이후 1년 동안 기술고문 계약료로 2,000만 원의 선급금과 월급 625만 원을 받은 게 전부”라며 “이는 기술고문 계약에 따른 급여일 뿐 직무발명 보상금이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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