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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서 배터리 빨리 만들자?...LG에너지솔루션, 특허 침해에 칼 빼 든다

입력
2024.04.25 07: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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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건 특허 침해 확인…소송 등 강력 대응 준비
김동명 CEO "차별화된 고객 가치 제공"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LG엔솔 제공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LG엔솔 제공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압도적 기술력을 강조해 온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특허 무임 승차'를 향해 칼을 빼 들었다. LG엔솔은 24일 불법적으로 특허를 사용하는 기업에 소송과 경고 등을 통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알렸다. 배터리 개발자 출신의 김 사장은 최고경영자(CEO) 취임 직후 미래기술센터를 만들 정도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LG엔솔은 이날 이 회사가 가진 특허 중 경쟁사가 침해하거나 침해할 것으로 보이는 '전략 특허'는 1,000여 개로 이 중 580건이 실제 무단으로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LG엔솔은 침해가 확인된 특허를 대상으로 소송과 경고 등 강력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엔솔 관계자는 "국내외 후발 기업들이 지식재산권(IP)을 무분별하게 침해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주요 완성차 업체들조차 배터리 공급사를 고를 때 특허권 준수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등 시장 왜곡이 심각해지고 있어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급성장하니 너도나도 베끼기 경쟁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전기차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셀투팩(CTP) 배터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전기차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셀투팩(CTP) 배터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최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을 마구잡이로 가져다 쓰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유럽 각지에 전기차를 판매하는 A사의 전기차 배터리를 분석한 결과 LG엔솔의 코팅분리막, 양극재, 전극·셀 구조 등 핵심 소재와 공정에서 특허 침해가 30건 이상 확인됐다고 한다. 전 세계 전자기기 제조 업체에 납품되는 B사의 배터리 역시 50건 이상 LG엔솔이 보유한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특히 후발 주자들은 특허를 선점한 LG엔솔의 기술을 베껴 유럽, 중국, 인도 같은 신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15년 28기가와트시(GWh)에서 2035년에는 5,256GWh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풀(Pool), 특허권 매각 통한 선순환 수익화 모델 검토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 롱셀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 롱셀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엔솔은 강경 대응뿐만 아니라 선순환 구조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합리적 라이선스 시장 구축을 이끌기 위해 특허풀(Pool)이나 특허권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의 수익화 모델을 활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최근 LG엔솔이 단순 배터리 제조를 넘어 서비스업 등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확장을 꾀하는 만큼 로열티 역시 주요 수익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은 특허를 바탕으로 기술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기술 라이선스 사업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퀄컴의 최근 1년 동안 로열티 매출은 57억9,200만 달러(약 7조9,400억 원)다.

경쟁 업체 견제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다른 업체들이 정당한 라이선스 계약 없이 기술을 침해한 것으로 파악되면 수주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LG엔솔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현지 전문가를 확보해 글로벌 소송 역량을 강화하고 IP를 관리하는 해외 사무실을 늘릴 계획이다.

김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한 필수 요소는 IP 존중이라며 "기업의 존속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특허 침해에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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