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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피가 흐르는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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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좀 적당히 하지, 조민(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딸)까지 기소해서 역풍 맞았네' '똑똑한 검사 100명만 당선되면 나라를 확 바꿀 수 있을 텐데….'
국민의힘 인사가 총선 직후 당내 지인들에게 들은 얘기라면서 전해준 내용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푸념과 아쉬움 정도로 치부하기엔 보통 사람들과 인식의 차이가 컸다. 검찰이 선거판을 좌우할 수 있고, 검사들은 정치를 잘한다는 인식 말이다.
따지고 보면 놀랄 얘기도 아니다. 국민의힘에는 검찰의 피가 흐른다. 자유 공정 법치 등 보수우파 가치를 아무리 강조해도 피는 속일 수 없다. 쇄신하겠다며 보수 정당이 당명을 여러 번 바꿨지만 오히려 검찰 색깔은 더 진해지고 있다.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검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보수 정당의 유구한 역사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윤 대통령이 별이 된 것은 운을 타고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필연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검사 출신들이 독식했다. 박희태 안상수 홍준표는 약속이나 한 듯 여당 수장 자리를 차례로 꿰찼다. 일부는 국회의장도 되고 대선에도 출마했다. 그나마 이들은 국회의원 경력을 토대로 단계를 밟아가며 당을 장악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선 의원 배지 한번 안 달고 단번에 대통령이 되려는 이들이 등장했다. 국무총리에 지명됐던 안대희가 그렇고, 총리는 물론이고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지낸 황교안이 그렇다.
윤 대통령도 갑자기 정치판에 등판한 것처럼 보이지만, 검찰 선배들이 오랫동안 닦아 놓은 ‘권력의 길’을 잘 따라간 측면도 있다. 지금은 한동훈이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어쩌다 한 번이면 우연이겠지만 검사들이 매번 권력을 차지한 걸 보면, 보수 정당은 그들이 만든 역사이고 그들이 진짜 주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것도 귀찮은 듯, 검사 출신 정치 초보들이 낙하산으로 당을 접수하기도 한다. 실체적 사실보다 인식이 지배하는 정치판 생리를 감안하면 이제는 보수 정당과 검찰을 한 몸으로 간주해도 논리적 비약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의힘과 ‘원팀’으로 묶이면서 검찰 신뢰도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곧이곧대로 수사 결과를 믿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검사 하다가 어쩌다 보니 정치했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정치하려고 검사가 됐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선 백약이 무효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검사들이 부지기수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 앞에선 검찰 수뇌부도 무력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는 ‘검찰 독재 프레임’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당을 개혁하기 위한 해법도 그 프레임을 깨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여의도를 향한 검사들의 외도를 막을 수 없다면 검사들을 더 이상 영입하지 않겠다고 선제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그것이 당도 살리고 검찰도 살리는 길이다.
검찰도 수사 공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인 도덕성을 지키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것마저 무너지면 검찰은 설 땅이 없어진다. 하지만 검사들의 돈 문제와 성(性) 문제가 불거질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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