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제조·대기업 주도 모델 한계… 한국 경제 기적 끝났나"

입력
2024.04.22 21:23
수정
2024.04.22 21: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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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 "한국 고도성장 엔진 꺼져"
"저출생 따른 인구 위기 때문" 지적도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 뉴시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 뉴시스

제조업과 대기업에 기대 고도성장을 이뤄 온 한국 경제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는 외신의 경고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한국 경제의 기적이 끝났는가'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통해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조명하면서 제조업과 대기업의 전통적 성장 동력을 늘리려는 정부 결정으로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렴한 에너지 가격과 값싼 노동력 등 과거 한국 성장 모델 주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FT 지적이다.

FT는 6.4% 수준이었던 1970∼2022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이 2020년대 2.1%, 2030년대 0.6%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난해 한국은행 보고서도 꺼내 들었다. 2040년대에는 -0.1%로,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한다는 전망이다.

FT는 특히 재벌 주도 경제로 인해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불평등이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 총선 결과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되게 된 만큼 차기 대선까지 정부가 개혁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평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FT에서 한국의 원천기술 부족 및 중국과의 격차 축소를 언급하면서 "모방을 통해 선진 경제를 따라잡는 식의 경제 구조가 1970년대 이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저출생에 따른 인구 위기로 미래 성장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FT는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인용, 2050년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 대비 35% 가까이 감소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이 28%가량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국과 달리 첨단 제조업을 포기했던 많은 서방 국가들이 후회하고 있으며, 미중 간 기술 경쟁도 한국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견제로 중국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기업의 서방 시장 진출이 제한될 경우 한국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양안 갈등에 따른 안보 우려로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거론된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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