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법인세 안 낼 수도', 소득세‧부가세도 부진... 세수 비상

입력
2024.04.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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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수입 늘었지만 기저효과
주요 기업 지난해 영업이익 급감
소비 위축에 2월 소득세도 7.6% 줄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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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 악화와 내수 침체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소득세 등 주요 세목의 세수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도 세수 확보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지속적인 감세 정책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걷은 국세수입은 58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8,000억 원 늘었다. 그러나 세수가 급감했던 지난해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세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빨간불이 켜진 건 법인세다. 2022년부터 악화한 기업 경기가 지난해에도 크게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지난해 실적을 기초로 올해 납부를 하는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상장기업 705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44.96% 급감했다.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각각 11조 원, 7조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업 손실로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나머지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도 줄어들 공산이 커졌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 세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약 56조 원의 역대급 세수 펑크 원인도 법인세였다.

연도별 법인세 수입. 그래픽=강준구기자

연도별 법인세 수입. 그래픽=강준구기자


중동지역 분쟁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등 대외 변수가 불러온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도 세수에 악재다. 당장의 부담은 6월까지 연장한 유류세 인하 조치다. 정부는 유류세 정상화를 전제로 올해 세입 전망을 했지만, 고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4월 말 종료 예정이던 해당 조치를 재차 연장했다. 상반기 내내 유류세를 낮춘 탓에 최소 2조 원 안팎의 세수가 덜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1년 내내 유류세 인하를 시행한 지난해 교통·에너지·환경세수는 해당 조치를 시행(11월)한 2021년보다 약 5조8,000억 원 줄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내수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부가세와 소득세 전망도 밝지 않다. 소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월 들어 3.1% 줄었다. 지난해 7월(-3.1%)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소득세는 출발부터 좋지 않다. 1, 2월 걷은 소득세는 24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0억 원 줄었다. 2월만 놓고 보면 1년 전보다 7.6% 쪼그라들었다. 주요 대기업이 실적 부진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소득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세 수입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올해 법인세 수입을 낮춰 잡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전망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총선 전 내놓은 각종 세금감면안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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