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변호사 링컨의 승소를 이끈 영농 달력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건국사뿐 아니라 18세기 생활사에도 다채로운 영향을 미쳤다. 1732년 12월 출판인이던 그가 기획하고 발행한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Poor Richard’s Almanac)’도 그중 하나다. 장기 예보 날씨와 시기별 농사 및 생활 정보, 콩트와 퀴즈, 아포리즘 등 읽을거리를 채워 넣은 그 팸플릿 형식 달력 책자는, 성경 외엔 읽을거리가 드물던 시절 농민 등 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연간 최대 1만 부씩 25년간 발행됐다. 그의 연감은 18세기 버전 정보-오락 ‘포털(portal)’이었다.
프랭클린 연감을 본떠 1792년 첫 호를 낸 매사추세츠주 출판업자 로버트 베일리 토머스(Robert Bailey Thomas, 1766.4.24~1846.5.19)의 ‘늙은 농부의 연감(Old Farmer’s Almanac)’은 미국의 가장 성공적인 연감이자, 모바일 시대인 지금까지 발행되는 가장 오래된 연속간행물이다. 그의 연감은 내용 형식 면에서 ‘오리지널’보다 훨씬 풍부하고 멋졌다. 일기예보 외에 천문 데이터, 원예 정보, 시기별 제철 농산물 별미 요리법, 민담과 생활 트렌드 등이 수록됐고, 팸플릿에 구멍을 뚫어, 일력처럼 벽에 매달아 둘 수도 있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변호사였던 1858년, 한 살인사건 피의자를 변호하며 그의 연감을 증거물로 활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달빛으로 피의자의 범행 과정을 목격했다는 검찰 측 증인 주장을 그는 연감 정보 즉 해당 날짜와 시간대 달의 고도를 근거로 반박했다는 것. 정말 그랬는지를 두고 이견은 있다지만 개연성은 충분하고, 그 이야기 자체가 연감이 지녔던 영향력의 방증일 것이다.
‘늙은 농부의 연감’은, 1996년 개설된 온라인 버전과 별개로 일종의 빈티지 클래식처럼, 정보가 범람하는 지금도 지역별 4가지 에디션으로 매년 약 300만 부가 발행되고 있다.(계속)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