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미중 글로벌 공급망 갈등과 우리의 대응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한층 더 노골화되고 있다. 4월 들어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의 공급과잉에 대해 경고하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현재보다 3배 높은 25%로 인상하도록 지시했다. 동맹국에는 대중국 반도체 장비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를 위한 서비스 제공의 중단도 압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중국 의존도 축소와 기술 견제 전략은 일부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양국 무역분쟁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8년 21.3%에서 작년 13.9%로 크게 하락하였고 지난해에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기도 하였다.
한편 미국의 자국 산업보호와 기술견제정책에 맞선 중국의 대응도 구체화되고 있다. 먼저 중국은 아세안 등 지역에서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등 자국 중심의 '홍색공급망' 구축을 통해 생산기지 이전 및 우회무역을 활성화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직접투자(ODI) 중 아세안 비중 역대 최고치인 11.4%를 기록하였고, 최대 수출지역도 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EU를 제치고 아세안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 규제 중 약 70%가 중국의 우회 수출 등으로 무력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중국은 자체 첨단기술 혁신과 자립을 위한 투자확대와 인재양성, 산업경쟁력 향상 등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첨단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미중 간 기술격차가 과거에 비해 대폭 축소되거나 일부에서는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 중인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국은 주요 첨단산업 관련 원자재 및 중간재 공급망도 장악하면서 미래산업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 첨단 부품의 중간재 점유율이 40%에 육박하고, 리튬 등 주요 50개 전략물자 중 30개의 평균 생산 점유율도 68%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우위를 활용하여 작년부터 반도체 핵심 소재인 게르마늄, 갈륨, 흑연 등 원자재에 이어 관련 가공기술까지 수출을 금지하는 등 전략물자를 무기화하고 있다.
미중 간 공급망 대립과 경쟁이 본격화되면 될수록 갈등의 범위와 강도는 더욱 확대 심화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두 후보 간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경제안보' 논쟁에서의 우위 확보를 위한 '중국 때리기'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좁은 마당, 높은 장벽'(a small yard with high fence)으로 표현되는 미국의 대중정책에 있어 그 마당의 넓이와 장벽의 높이를 가늠하기도 점차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미중 기술패권과 공급망 경쟁의 핵심인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산업 재편과정에서는 미중 양국뿐만 아니라 주변 참여국 간에도 투자유치와 첨단기술 선점을 위한 대립과 경쟁이 더욱 격렬해지고 국가 간 이해관계도 복잡해질 것이다. 그에 따른 국제무역 위축과 진영 간 블록화 심화, 공급망 분절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 글로벌 경제의 불안요인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미중 대립의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에 대응한 보다 유연하고 정교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중 양국시장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40%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 있어 미중 간의 공급망 갈등 격화와 자국중심의 산업통상정책 가속화는 가장 큰 도전요인 중 하나이다. 중장기적이고 다층적인 접근을 통해 미국과의 첨단기술 연대 강화뿐만 아니라 중국시장도 확보하는 실사구시적인 국제통상협력 전략이 긴요하다. 특히 글로벌 기술 국수주의가 한층 더 고조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최첨단기술 개발을 통한 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가 다른 어떤 전략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